907기후정의행진, 강남 거리 미사 봉헌

7일 서울 강남 일대(신논현역-삼성역)에서 열린 907기후정의행진에 가톨릭교회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참여했다.

수도회와 본당(성당),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가톨릭기후행동, 가톨릭농민회 등 30여 개 단체와 개인 1000여 명은 본대회에 앞서 신논현역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강우일 주교와 사제 2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기후 재난, 우리의 오만과 욕심, 착취와 수탈이 만든 사태
개인, 정치, 사회를 넘어 생태적 정의에 이르러야

강우일 주교는 올여름 전국 생산량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제주 당근 싹이 모두 타버린 상황, 해수 온도 상승으로 먹을 수 없게 된 제철 생선과 그로 인한 어민들의 고통 등을 말하면서, “모든 피조물이 탄식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탄식하고 성령께서도 몸소 탄식한다”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담화문을 언급했다.

“왜 이렇게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는 지경이 되어 버리고 말았을까?”라고 물은 그는 산업혁명 뒤 250여 년간 배출된 이산화탄소,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수탈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별 배출량뿐 아니라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이 21퍼센트 온실가스를, 상위 10퍼센트 계층이 59퍼센트를 배출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래전부터 들어 왔듯이, 세계 인구의 20퍼센트가 세계 자원의 80퍼센트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개발 도상국들은 모두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누리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장을 돌려서 상품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개도국들이 아무리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고 해도 세계 인구 80퍼센트에 해당하는 이들이 지금 20퍼센트의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그 혜택을 다 누리려면, 현재 세계가 소비하고 있는 자원의 4배를 어디선가 끌어와야 하지만 그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미 지금까지의 경제 메커니즘이 지구를 작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우일 주교는 우리 인간 모두의 내면에 있는 오만과 욕심이 결국 오늘의 사태를 만들어 왔다고 말하면서, “지구상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탈과 분쟁, 전쟁의 비극은 모두 더 많이 소유하고 싶고,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더 많이 성장하고 더 빨리 발전하고 국민 소득을 끌어 올리자는 그런 탐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며, 생태계 전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오늘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미증유의 기후 재난 사태는 생태적 불의와 범죄의 결과”라며,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러한 불의와 세계의 불의와 죄악에 대한 예언적 목소리를 높이고 경고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해야 한다. 이제 이 시대의 정의는 단순히 개인, 정치, 사회적 정의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생태적 정의, 기후 정의에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고 불의에 추종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날 미사는 강우일 주교가 주례하고 사제 20여 명이 공동집전했다. ⓒ정현진 기자 <br>이날 미사는 강우일 주교가 주례하고 사제 20여 명이 공동집전했다. ⓒ정현진 기자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사제, 수도자, 신자 1000여 명이 신논현역 앞에서 거리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미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기후정의행진 본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강남역까지 행진했다.

이날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3만여 명(주최측 추산)은 강남역 일대에서 본대회를 열었다.

“콘크리트 아스콘으로 둘러싸인 건설 현장은 기상청 발표 온도와 10도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로 인해 온열 질환 사고로 현장에서 쓰러지는 건설 노동자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실 시공을 우려하면서도 해고 위협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소 건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개발의 미명 아래 전국의 산림을 파헤치며 논과 밭, 개발 제한 구역까지도 뒤집으며 더 많은 이윤 추구를 위한 개발 행위에 내몰린 것이 바로 건설 노동자들입니다. 또한 이런 건설 행위가 없으면 실업과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 또한 건설 노동자들입니다.”(한 건설 노동자 발언)

“기후 재난이 우리 농민들에게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성난 지구의 생명을 키워 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인간이 어지럽힌 지구를 되살리는 일이 인류 최우선의 과제가 되지 않는 이상 농민들은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흙에서 생명을 키워 내고 그 생명이 다시 사람들의 목숨을 이어 가는 농업은 어느새 하나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지금 정부에게 농업은 생명을 키워 내고 이어 가는 힘이 아닌 오직 돈벌이입니다. 그러나 농업은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생명이 이어져 온 우리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묵묵히 생명을 키우고 국민을 먹이는 농민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기후 재난의 대안도 우리 여성 농민들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살아오는 세월이 세상을 바꿀 밥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삶에 내일이 있습니다.”(여성 농민 신지연 씨)

기후정의행진 중에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몰린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후는 단지 조금 더 덥고, 기후를 예측할 수 없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삶의 자리 곳곳에서 생명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증언들이었다.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함께하는 가톨릭기후행동 풍물 모임이 행진 내내 길놀이를 펼쳤다. ⓒ정현진 기자&nbsp;<br>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함께하는 가톨릭기후행동 풍물 모임이 행진 내내 길놀이를 펼쳤다. ⓒ정현진 기자 
재속 프란치스코회 실베스텔 형제회 회원들의 행진. ⓒ정현진 기자&nbsp;<br>재속 프란치스코회 실베스텔 형제회 회원들의 행진. ⓒ정현진 기자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nbsp;<br>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 
직접 만든 재활용 가능한 손팻말을 든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nbsp;<br>직접 만든 재활용 가능한 손팻말을 든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 
불타는 지구 위 돋아나는 새싹. 행진에 참여한 성가소비녀회 수도자의 작품명이자 주제다. ⓒ정현진 기자&nbsp;<br>불타는 지구 위 돋아나는 새싹. 행진에 참여한 성가소비녀회 수도자의 작품명이자 주제다. ⓒ정현진 기자 

907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 아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11개 요구안으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권·노동권·기본권 보장, 차별 철폐, 돌봄 증진, 공공 의료 및 공공 교통 확충, 핵발전소 수명 연장 및 신규 건설 중단과 에너지 정의 실현, 기업을 위한 무한정 에너지 공급과 송전탑 건설 중단과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 공공성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과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와 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 이윤을 위한 생태 파괴,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4대강 보 사업을 철회, 농업재해 대책과 생태농업전환 계획 수립 및 먹거리기본권과 농민 생존권 보장,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의 정의로운 전환과 동물 착취 시스템 철폐, 무기수출과 전쟁지원 중단, 군비 축소와 반전 평화 실현,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와 국제적 책임 이행” 을 제시했다.

본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약 4킬로미터 구간을 행진한 뒤 마무리했다.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시작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중단됐다가 2022년 재개했다.

2024년 9월 7일 기후정의행진 천주교 거리 미사 강우일 주교 강론. (출처 = 천주교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