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연결된 고통(1), 기후 불평등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5-02-28 11:52:41    조회 : 41회    댓글: 0


기후위기 시대의 연결된 고통(1), 기후 불평등
newsdaybox_top.gif2025년 02월 28일 (금) 01:07:34유미호 btn_sendmail.gif ecomiho@hanmail.netnewsdaybox_dn.gif

얼마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은 수천 명의 주민들을 대피하게 만들었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이 산불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결합되어 발생한 이 산불은 수백 가구의 주택을 위협했고, 대기질 악화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2023년 여름에도 그리스 로도스 섬에 대형 산불이 있었는데, 수만 명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이제 이들 산불은 단순한 지역적 재난이 아니다. 산림 파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고, 이는 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전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은 산불과 자연재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기후현상은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고통은 마치 실타래처럼 서로 얽혀있다. 한 곳의 아픔이 다른 곳의 상처로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는,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생태계의 고통이다. 북극곰들은 사냥터인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서식지 파괴는 단순히 한 종의 멸종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북극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플랑크톤부터 물개, 바다표범까지 먹이사슬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둘째는, 열대우림 지역의 고통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을 가져온다. 이는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산소 공급원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셋째,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 겪는 실존적 위협이다. 투발루나 키리바시 같은 저지대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가 물에 잠기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떠나 기후난민이 되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이주의 문제를 넘어, 문화와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넷째, 농업 지역의 고통이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농작물 수확이 불안정해지면서, 농부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는 식량 안보 문제로 이어져 전 세계 식량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저소득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기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다섯째, 도시 빈민들의 고통이다. 폭염과 한파가 심해지면서, 에어컨이나 난방 시설이 없는 저소득층은 극단적인 기후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는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의료비 부담은 다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 같은 취약계층은 이러한 기후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섯째, 해양 생태계의 고통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산성화로 인해 산호초가 백화현상을 겪으면서, 이를 서식지로 삼았던 수많은 해양생물이 위험에 처해있다. 이는 어업에 의존하는 연안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나아가 전 세계 수산물 공급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여섯 가지 고통은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북극의 빙하 융해는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여 태평양 섬나라들의 수몰 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새로운 기후난민을 만들어낸다. 열대우림의 파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농업 지역의 가뭄과 홍수를 심화시키며, 이는 다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도시 빈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킨다.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어촌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식량 안보 문제로 확대되어 결국 취약계층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한 영역의 고통은 다른 영역의 고통을 증폭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지역의 생태계 파괴는 다른 지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이는 다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연결된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만의 안전'이나 '우리 지역의 번영'을 이야기할 수 없다.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한 부분의 고통은 결국 전체의 고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연결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협력과 연대, 그리고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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