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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다해 11월26일 주일 [(자) 대림 제1주일]
[수도회] 잠에서 깨어 가면을 벗고 맞이하는 주님 -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 제1독서 이사 2,1-5
○ 제2독서 로마 13,11-14ㄱ
† 복음 마태 24,37-44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하늘 나라에 자녀들을 모아들이시고자 진리의
스승이시며 화해의 샘이신 외아드님을 보내십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깨어 기다리는 영을 주시어,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자유와 사랑의 길을 걸어 마침내 주님을 뵙는 영광을 누리도록 해
주시기를 바라며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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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묵상
하느님께서 오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인간들의 삶 안에, 그리고
우리의 역사 안에 들어오셔서, 어느새 우리 곁에 서 계십니다. 새로운
눈을 뜨고,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고 준비한 사람만이 그분의 현존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께서는 큰 희망이 없는 순간에
다가오셨습니다.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던 조그만 백성은 하느님을
말씀이요 재판관으로 맞이하며,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어, 세상에 종교적 영적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작품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고, 이처럼 보잘것없고 미천한 백성이
하느님의 계획을 알아채고 따르는 것은 신앙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우리도 이스라엘 백성처럼 하느님의 오심을 알아차리고자 깨어
기다려야 합니다. 오늘 복음서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시각으로 깨어 있으면 부르심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노아의 시대에 홍수에 휩쓸려간 사람들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의 삶은 점점 더 정형화되어 가고 ‘컴퓨터화’되어 갑니다.
모든 것이 계산되고 계획된 삶에서 삶의 여백은 점점 줄어 갑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삶은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우리의 삶을 휘저으러
오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운 마음으로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신부)
- 매일 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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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주님께서 바라시는 준비
2016년 가해 11월27일 대림 제1주일
제1독서
<주님께서 영원한 평화의 하느님 나라로 모든 민족들을 모아들이신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2,1-5
제2독서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13,11-14ㄱ
복음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37-44
어떤 사람들이 제게 사제 서품을 받으면서 특별한 은사를 받은 것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신부가 되면서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것에 많이
능숙해졌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능숙한 것을 보면 특별한
은사를 받은 것 외에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받기도 했겠지만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옛날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정말로 오래전에 모아 놓았던
자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자그마치 25년 전에 모았던 자료입니다.
당시에 저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을 정말로 어려워했지요.
초등학생보다도 더 못쓴다는 평가를 받는 저의 글 실력과 남들 앞에만
서면 울렁증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신학생으로 신부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보다가
좋은 구절을 찾으면, 또는 주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신부님들의
강론들을 신학교 저학년 때부터 모았습니다. 그리고 게을리 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꾸준히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지요. 어느 한 분야에 1만 시간만 소비를
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2~3시간씩 10년을
소비하면 1만 시간이 됩니다. 저 역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기
위해서, 신학교 들어가자마자 책 읽는 것이나 스크랩 등의 준비를
10년 정도 하다 보니 사제서품을 받음과 동시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만약 신학생 때 그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울렁증으로 인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부족함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결국 저를
변화시킨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새해에 해당하는 대림 제1주일입니다. 이 땅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복음은 주님께서
오실 날을 위해 준비하고 깨어 있을 것을 명합니다. 노아시대에 방탕과
타락의 생활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홍수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열심히 방주를 만들어 준비를
했던 사람들은 살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허망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노아의 가족들은 정말로 흠 없는 사람들이었을까요? 다른
사람들보다는 의로운 사람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부족함이 많은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죄로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에 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들은 방주에서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지금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준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즉, 주님의 바람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 준비와 노력을 통해 구원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갑곶성지의 대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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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건망증
다람쥐는 도토리철인 가을이면, 도토리를 입주머니 가득 넣어서
자기만의 공간에 감춰둔다고 합니다. 겨울잠을 대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 같으면 한 곳에 크게 창고를 만들겠지만, 다람쥐는
여러 곳으로 분산해서 저장을 합니다. 한 곳에 쌓아두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람쥐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람쥐의 지능입니다.
건망증이 심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 이 다람쥐는 자신이 숨겨둔 창고가
어딘지를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숨겨둔 도토리에서 싹이
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지나서 커다란 도토리나무로 성장하게 됩니다.
겨우내 먹을 양식을 준비하는 행동이지만, 심한 건망증으로 자신의
노력이 헛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커다란 도토리나무로 성장시킬 수가 있는 것이지요.
어떠한 준비도 쓸데없는 준비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떠한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특별히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갑곶성지에도 첫눈이 왔습니다. 그런데 1월에 오는 눈이 첫눈
아닌가요?-
- 인천교구 갑곶 성지 조명연 마태오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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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회] 잠에서 깨어 가면을 벗고 맞이하는 주님
- 기 프란치스코 신부
2016년 가해 11월27일 대림 1주일, 마태 24,37-44
“너희는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42.44)
잠에서 깨어 가면을 벗고 맞이하는 주님
대림절은 자비와 온유를 갖추시고 죄스런 인간을 구원하시려 오시는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둠에 묻혀 있는 이 세상에 빛을 주시기 위하여, 몸소
빛이 되셔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니 기쁨으로 맞이해야겠지요.
또한 대림절은 세상 종말에 당신의 왕권을 온전히 세우시려고 심판자로
영광스럽게 오실(24,30)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시어 우리의 모든 근심 걱정, 괴로움과
눈물을 영원히 씻어 주실 것이므로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어떻게 주님을 기다려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누구를 왜 기다리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생사에 수많은 기다림이 있고 그
동기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다리는 분은 사랑으로 오시는
사랑이십니다. 우리가 기다리고 찾기도 전에 먼저 기다리시는 사랑과
관계회복과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은 성탄 캐럴이나 일찍부터 반짝거리는 장식에
파묻힌 낭만적인 분위기나 감성적인 기쁨을 주기 위해 오시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의 성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요. 경배하러 한걸음에 달려온 목동들도 있었지만, 아기를
죽이려 말을 몰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구유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려고 험하고 먼 길을 걸어 온
동방박사들과는 달리 헤로데의 군사들은 인근의 사내아이들을
몰살해버렸지요. 그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고 끊임없는 반대와 비난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 않습니까!
대림절은 수난을 통해 죽음까지도 받아들이신 그 주님을 사랑으로
기다리며, 사랑으로 고통을 수용하는 때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워졌고,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오실 것이기에 잠에서 깨어나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깨어 있음은 늘 하느님을 의식하는 것을 말하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
습관과 세속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깨어난다는 것은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예수그리스도를
옷 입는 것을 뜻합니다. 성 베르나르도도 늘 깨어 있기 위해 “이것이
영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고 계속 물었다고 하지요.
우리 모두 잠에서 깨어나, 주님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기다렸으면
합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그분의 온유와 연민에 적극 참여해야겠습니다.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품위 있게 살아가야겠지요. 거짓과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사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로마 13,13).
우리 모두에게 사랑으로 다가오시고 관계를 회복하시며, 새로운 질서를
이루시려 오시는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해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무심코
젖어드는 타성과 탐욕으로 어두워진 영적 감각, 진리를 식별하지
못하는 무분별, 복음적 가치관의 상대화, 자기중심적 사고로 굳어진
가면들을 벗어버려야겠지요. 나아가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고
불의에 맞서야 합니다.
-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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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회]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 44)
한상우 바오로 신부|오늘의 강론 묵상
2016년 다해 11월27일 대림 제1주일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마태 24, 44)
새 해를 시작하는 대림시기의 첫 주일입니다.
대림시기는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기다림이라는 희망찬 시간이 있기에 사랑이라는
참된 의미와 기쁨을 사랑이신 하느님에게서 다시 찾게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오시려하십니다.
사람이 되어 오시는 장소는 다름아닌 우리 마음이기에
준비하고 깨어있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우리마음에 기다림의 촛불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의 시작은 언제나 우리자신을
인정하고 맞아들이는 사랑에 있습니다.
다시금 우리를 향한 하느님 사랑이 뜨겁게 시작되었습니다.
사랑과 기다림은 하나입니다.
참된 사랑은 기다림으로 구체화됩니다.
구체화된 기다림은 두려움을 훨씬 뛰어넘는
용기로 우리모두를 깨어있게 합니다.
빛을 기다리기에 이 기다림은 기쁘고 활기찬 기다림의 행복이됩니다.
따뜻하게 맞아들일 준비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탄생을 가슴 설레게 기다려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가장 가난한 마음에 우리마음에 오십니다.
- 구속주회 한상우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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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회]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것
2016년 가해 11월27일 대림 제1주일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
† 마태오 24,37-44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것
술을 마셔보니 그렇더군요.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에 꼭 뒤따르는
것이 이성상실이요 초대형사고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들이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들이마십니다. 평소 성인군자처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바뀝니다. 갑자기 기고만장해집니다. 평소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분노와 공격성을 아낌없이 표출합니다.
아침에 깨어나 보면 멀쩡한 가재도구가 없습니다. 결국 술로 인해
큰코다치고 풍비박산 난 가정 한두 번 본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꼭 뒤따르는 것이 갖은 불평불만이요 험담이요 뒷담화입니다.
멀쩡한 사람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돌려가면서 난도질합니다. 과도한
음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로 발전합니다.
이런 면에서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니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할 덕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품위’입니다.
과도한 술꾼들을 위해 바오로 사도께서 정확한 처방전을
내려주셨습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로마서 13장 12~13절)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일까, 고민해봅니다. 아무래도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으로서 지니고 있는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상식과 예의범절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구분 짓는 영혼을 돌보며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깨어있는 삶이겠습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건네시는 예수님의 권고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니 너희는 깨어있어라.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오복음 24장42~44절)
품위를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합니다. 이성과 평정심을
상실한 상태이니 행실이 얼마나 기괴하겠습니까? 한 인간 안에 이성과
지성이 사라지고 육체만이 남게 되니 동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가 유치원생보다 못합니다. 결국 동물적 본능에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품위를 상실한 사람들은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은 뭔가에 잔뜩 취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뭔가에 잔뜩 빠져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대체로 무엇에 취해 있고 무엇에
빠져있습니까? 술에 잔뜩 취해 있습니다. 재물에 완전 빠져있습니다.
부질없는 명예욕에 취해 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기와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빠져있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품위 있는 삶’이 쓰레기 취급당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
쓰레기 천지입니다. 저리도 갖은 악취가 진동하면서도 그 냄새를 맡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 이상 우아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잠을 못 이루는 시대입니다. 품위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저 착해빠져 정도(正道)만을 걷고 있는 착한 사람들이 모자란 사람
취급당하는 슬픈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살레시오 회원이자 사목자로서 요즘 크게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라가 이 꼴이 되기까지 방관하고 있었던
소극적인 제 모습이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몇몇 거짓 예언자들이
잔뜩 뭔가에 취해 있을 때 목숨 걸고서라도 반대의 깃발을 올려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 크게 후회가 됩니다.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습니다. 나만, 우리 공동체만 챙기지 말고 고통
받는 이웃도 생각하고, 우리민족도 생각하고 국가도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암울해도 또 다시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참담함에도 불구하고 동녘에서는 다시금 해가
떠오릅니다. 힘겨워도 힘을 내야겠습니다. 납득하기 정말 힘든 이
고통스런 현실 앞에 신앙인으로서 각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툴툴 털고 일어서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이 참혹한 세상을 견뎌내야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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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림 제1주일
2016년 가해 11월27일 대림 제1주일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
† 마태오 24,37-44
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대림은 주님의 오심을 깨어서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어둠의 행실을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고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선물을 준비해서 먼 길을 떠났던
동방박사처럼 우리들도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우리들의 나눔, 희생,
사랑을 선물로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는 2013년 ‘신앙의 해’를 맞으면서 새로운 시대의 복음화를
이야기 하였고, 5가지의 과제를 교서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년
하나의 과제를 실천하고자 다짐하였습니다. 오늘은 5가지의
실천과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2017년도에 우리가 실천해야할
과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신앙은 말씀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기쁜 소식을
믿으라.’고 하였습니다. 저의 서품 성구는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얻으리라.’(시편 126장)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마음에
담았고, 제 마음에 뿌려진 말씀의 씨앗들이 열매 맺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없으면 어떻게 복음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쌍날칼 보다 날카롭다고 하였습니다. 말씀은 빛이었습니다. 말씀은
희망이었습니다.
둘째, 신앙은 기도로 자라납니다. 자동차는 기름이 있어야 달릴 수
있습니다.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은 기도가 있어야 하느님께로 갈 수
있습니다. 기도는 무엇입니까? 나의 시간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나의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성모님께서도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항상 기도하십시오. 언제나 감사하십시오.
늘 기뻐하십시오.’ 기도하는 사람은 감사하게 되고, 기도하는 사람은
기쁨으로 주님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신앙은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집니다. 복음화에는 4가지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 공동체의 모임, 복음의 실천,
보편교회와의 일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셨고, 베드로
사도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고, 신앙인들이 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성당의 재정에 관심을 갖고, 성당에서 하는 행사, 피정,
전례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본당 주보, 평화신문,
가톨릭 신문, 신심서적, 교황님의 회칙을 자주 접하면 좋겠습니다.
넷째, 신앙은 미사로 하나 되는 것입니다. 미사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입니다.
우리 각자는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삶을 쪼개어 나누어 줄 수 있는 힘은 바로
성체성사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오늘도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며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말씀하시는 부활하신 주님 사랑의
힘을 믿고 전해야 합니다. 사제는 강론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교우들은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다섯째, 신앙은 사랑으로 열매 맺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신앙은
참된 신앙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굶주리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말만 앞세우고
행동하지 않는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가식을
나무라셨습니다.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야고보
사도도 ‘실천이 없는 신앙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기다림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기다림은 어떤 약속을 의식하고 기다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입니다. 기다림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기다림은 함께 하는 행동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
매년 다가오는 성탄이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세상은 업적과
실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집안에 손님이 오시면
청소를 하고 손님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듯이 우리는 판공성사를 통해서
우리 마음에 오시는 주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모셔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왜 오셨는지, 무엇을 하셨는지, 무엇을 주셨는지
생각하면서, 주님의 오심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서울 대교구 성소 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 E. 그리그//'그대를 사랑해' Jeg elsker Dig
(I Love but Thee) Op. 5/3 - 줄리아 미헤네스(so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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