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보다 무서운 님비"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2-11 11:28:34    조회 : 221회    댓글: 0

[사제의 눈] 최용진 "좀비보다 무서운 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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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05 13:19 수정 : 2021-02-05 17:07                             

영화 ‘더바’ 와 ‘더미스트’. 이 두 영화는 공포․스릴러 장르로 사람이 공포 앞에서 얼마나 약한고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위기 상황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얼마나 쉽게 분열되고 서로를 죽이게 되는지 말이죠. 대부분의 재난 영화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14세기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을 때, 공포와 절망에 휩싸인 유럽인들은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학살합니다. 장항석 교수는 “사람들이 불안해 하다가 증오의 대상으로 유대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발생한 관동(간토) 대지진으로 약 18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실종됐습니다. 이후 공포와 증오의 광풍 속에 조선인들이 폭동과 방화를 벌인다는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이에 자경단을 중심으로 수천 명의 조선인들을 향한 살육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집단적 무지와 공포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역사 안에서 수없이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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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회에서 반복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천지를 시작으로 사랑제일교회, BTJ열방센터, 안디옥교회, IM선교회 등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개신교계는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YMCA, YWCA연합회 등의 교회 단체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국 교회에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개신교계의 이 같은 사과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 개신교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 교회를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로 1년 만에 11% 하락했고, 비개신교인의 한국 교회 신뢰도는 겨우 9%에 불과했습니다.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는 개교회에는 자신의 일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외부의 누구도 개교회에 간섭할 수 없다는 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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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교회내부 비판에서는 개교회주의에 매몰되면 개교회는 필연적으로 한국교회 전체가 아닌 자기 교회의 가장 효율적이고 물량적인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개신교만의 문제일까요? 님비 현상(NIMBY, Not In My Back Yard)은 지역 이기주의의 하나로 사회공공시설, 혐오 시설 등 필요한 시설이지만 자신의 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기피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엔 소방서, 경찰서, 대학기숙사가 들어서는 것까지 반대하고 있습니다. 땅값과 집값 하락에 대한 염려와 막연한 공포심으로 인한 님비 현상이 확산돼 공동체 의식은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안나의 집’에 벤츠를 몰고온 모녀가 무료급식을 받아가자 김하종 신부는 “30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은 ‘우리’라는 문화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라는 문화가 커지면서 자신만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회가 돼가고 있고, 그것을 오늘의 일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에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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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서 1장 19절에는 “자기들의 욕정을 따라 사는 자들은 성령을 따라 살지 않고 본능적인 욕정을 좇아서 살면서 분열을 일으킵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뼈져리게 깨달은 것은 우리가 운명공동체라는 것입니다. 나의 이익만을 앞세울 때 사회 공동체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제4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명동밥집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명동밥집은 옛 계성여중고 운동장에서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위에서 보란 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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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전세기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버스가 임시생활 시설이 있는 아산으로 향하자 정문을 막아섰던 지역 주민들은 마음을 돌려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나’보다 ‘우리’의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이 불씨가 이기심을 태울 큰 불꽃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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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제의 눈>은 ‘좀비보다 무서운 님비’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1-02-05 13:19 수정 : 2021-02-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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