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히든지, 줄이든지

작성자 : 김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4-10-30 07:45:40    조회 : 429회    댓글: 0

◈ [인천] “하느님의 뜻을 진심으로 실행하십시오.”

연중 제30주간 수요일(루카 복음 13장 22~30절)

<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 루카 13,22-30

오늘 독서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좋아하는 자들처럼 눈가림으로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진심으로 실행하십시오. 

‘눈가림으로 하지 말고.. 진심으로 실행하십시오..’ 라는 말을 듣고 생각난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 주교님이 오셨는데요. 식사 자리에서
주교님이 다른 분들을 향해서 ‘본당 신부가 농사 같은 거 잘해요~’
하시고는 저에게 ‘어떤 농사 짓냐? 대부도니까 포도는 기본으로 할 테고..’
하셨는데요. 순간적으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머리속에
이런 저런 생각들이 지나갔거든요. 

‘내가 농사를 잘 짓는 게 아닌데..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책도 읽다 만 것이 많고, 농부학교도 연수가고 교육가는
바람에 제대로 출석하지도 못했고, 봄에 해야 될 일도 외국 가는 바람에
신자들이 해 준 게 많은데... 중간에 풀도 잘 매주지 않아서 고구마 밭이
풀밭이 되기도 했고, 더 커야 될 호박이 아이 머리만한 크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들 때문에 주교님의 말씀에 어떤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전 회장님 중에 한 분이 “신부님이 농사지은 수박하고
참외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하셨습니다. 주교님은 “왜 우리는 안 갖다
줘~” 하며 핀잔을 주셨지만, 솔직히 마음 속으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일 대부분을 신자들이 하셨거든요. 밭 일구고 심는 것도 제가 외국 가 있을
때 신자들이 해 놓으셨고, 순 주는 것도 조금 늦게 아는 자매님이
도와주셔서 했는데, 겉보기로는 마치 제가 다 농사지은 것처럼 되 버려
많이 민망하고 부끄럽더라고요.

농사를 짓기는 짓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밭에도 잘 나가보지 못하고, 독서에
나오는 말씀대로 눈가림으로 짓는 척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건 아닙니다. 농사짓는 거에
관심도 많고 그 자리에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땅을 가꾸어 먹거리들을
직접 생산해 내는 일이 재밌고 보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도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 일에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없는 것이.. 지금 저에게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농사 일이 아니라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적당한 양을 찾고 계획할 수 있다면 대충
농사짓는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바라시는 일을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하루,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을 대충 눈가림으로는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미사가 끝나면 아이들에게 강복을 준다.
머리에 손을 얹고 복을 빌어주는데,
한 아이가 나중에 엄마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엄마~ 신부님이 우리한테 강복할 때 머리에 손을 얹어주는데,
신부님은 어떻게 복을 받아?
신부님 손을 이렇게 머리에 얹고 기도하시나?”
 
- 인천교구 대부동 성당 김기현 세레자 요한 밤송이 신부 -

##### ##### #####

◈ [수도회] 넓히던지 줄이든지[단상]
 
2014년 가해 10월29일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제1독서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섬기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6,1-9

복음

<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22-30

연중 제30주간 수요일(2014년 10월 29일) 넓히든지 줄이든지…

주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애쓰라”고 권고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좁은 문을 넓히든지, 아니면
우리 몸을 줄여 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든지 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은 둘
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문은 좁지만 지금 우리한테 활짝 열려있습니다. 또한 이 문으로
들어가면 이 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큰 잔치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은 언젠가는 닫힐 것입니다. 한번
닫히면 더 이상 어떠한 방법으로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현실이라는 벽에 갇혀, 힘들다는 핑계와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 문을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고, 아니면 아예 거기에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참되고 깊은 영적 갈망과 기쁨을 마음에서 잊지 맙시다. 문이 열려 있을 때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시쳇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들어가도록
노력합시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인영균 끌레멘스 신부 -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