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최용진 "천주교 신부는 비판받아야 하는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2-11 14:38:28    조회 : 184회    댓글: 0
지난해 12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한 주민이 눈 속에서 어미개와 새끼 7마리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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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어미개는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새끼들을 껴안은 채 체온을 나눠줬습니다. 그 덕분에 7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하는 내리사랑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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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리사랑이 진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영하의 날씨에 남자를 만나기 위해 4살 난 친딸을 인적이 드문 도로에 내다 버린 30대 엄마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또 '정인이 사건’의 최근 항소심에서 양모는 징역 35년으로 감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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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코로나19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1년 만에 11.8%나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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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친부모로 2016년 발생한 1만8천7백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5%에 이른다고 합니다.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가 5천8백62건(23.8%)으로 첫 번째였고 신체학대는 3천4백36건(14%)으로 두 번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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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우리 사회는 부모가 의식하지 못하면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학대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목숨만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학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부모는 비판받아야 할까요? 그럴 수만은 없습니다. 자녀에 대한 훈육은 부모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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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이루어지는 훈육은 자기조절을 비롯한 적절한 행동을 가르치는 것을 뜻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훈육이란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 것이며,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의 첫 단계"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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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는 성품 성사를 통해 사제의 품위를 받으며, 주교로부터 파견 받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미사 성제를 거행하고, 주교의 협력자로서 복음전파를 위해 일생 동안 봉사합니다.

사제를 신부라고 부르는데, '영적 아버지’라는 뜻으로, 서양에서는 '아버지’라고도 부릅니다. 많은 양떼를 주님께 인도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받았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국내외 성직자들의 성범죄로 교회와 사회 안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 성직자의 신뢰도는 많이 추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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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교만한 성직자는 마귀와 같은 축에 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부는 비판받아야 할까요? 물론 더 엄격하고 치열하게 비판받아야 하지만, 사목자로서 인간 구원의 봉사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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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월 1일 권위를 남용해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에 대해 처벌과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교회법 조항을 38년 만에 개정했습니다. 교황은 교황령「하느님의 양 떼를 잘 돌보십시오」(Pascite Gregem Dei)를 반포하고, 교회법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교황은 특히 교회의 모든 규범을 담은「교회법전」제6권 '교회 안의 제재’ 조항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했습니다. 개정된 교회법은 오는 8일 발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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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에서 필요한 것은 최선이 아니라, 부족함에 대한 반성입니다. 이는 종교생활의 시작이며 기초인 '경외심’이 필요합니다. 경외는 최고의 선이신 하느님 앞에 죄인임을 의식하는 겸손함이며, 생명을 주신 분께 대한 공경이고, 사랑이신 하느님께 조건 없는 신뢰를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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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신부에게 필요한 것은 교만을 이겨낼 수 있는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입니다. 경외심이 없는 사랑은 교만과 상처로 남습니다. 지난달 30일 이임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 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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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제의 눈>은 '천주교 신부는 비판받아야 하는가’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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