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작성자 : 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5-07-05 09:33:02    조회 : 335회    댓글: 0

◈ [서울]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2015년 나해 7월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리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제1독서 
 <너희는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즈카르야를 살해하였다(마태 23,35 참조).>
◎ 역대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24,18-22

제2독서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5,1-5

복음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7-22
 
한국의 여자 골프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국제 대회에서 1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골프가 세계적인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선수가 있습니다. 1997년 우리가 IMF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박 세리 선수입니다. 당시 박 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은 공익 캠페인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프로야구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런 미국의 프로야구에 한국인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모습을 당연한 것처럼 보고 있지만 맨 처음 미국 프로야구에서 한국인의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박 찬호 선수입니다. 박 세리와 박 찬호는 비록 스포츠의 세계이지만 우리도 세계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또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김 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노벨상은 과학 분야에 주로 주어지는 상입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노벨상의 가장 큰 영예는 바로 노벨 평화상입니다. 그런 상을 우리의 대통령께서 받았다는 것은 제게는 큰 기쁨이었고,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에도 큰 도움이 되는 쾌거였습니다. 김 대중 대통령은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처럼 자신을 박해한 사람들을 용서하였습니다. 평화는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남, 북 정상회담을 이루어냈습니다. ‘햇빛정책’이라는 표현처럼 북한의 닫힌 문을 조금씩 열었습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과 북의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국제사회는 그런 김 대중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하였고,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노벨 평화상을 받는 한국인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 대중 대통령께서 길을 터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제인 저에게 박 세리, 박 찬호, 김 대중 대통령보다 더 멋진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축일로 지내는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달릴 길을 충실하게 달렸고, 순교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비록 삶의 길이는 26년으로 짧으셨지만 삶의 의미는 16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은 한국인 두 번째 사제인 최 양업 토마스 신부님에게도 이어졌습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피의 순교를 하셨다면 최 양업 토마스 신부님께서는 땀의 순교를 하셨습니다. 박해의 칼날을 피하시면서 조선 팔도를 다니셨고,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신자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최초의 한국인 사제들이 이렇게 모두 훌륭하게 사제의 직무를 수행하였으니, 제게는 큰 자랑이며, 기쁨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공기를 마음껏 마시듯이, 우리는 아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인 저희 사제들은 천국에서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가슴 아파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기에 그럴까요?

첫째는 ‘도전의식’이 부족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제들이 많습니다. 본당이라는 틀에 머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감하게 선교를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본당 이외의 곳에서도 사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고을로도 떠나야 합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습니다.’ 본당 안에서도 주일에 미사 참례 오는 신자들만을 보고 만족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본당 안에는 ‘쉬는 교우, 비신자, 독거노인,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찾아가는 사목이 더욱 필요할 때입니다.

둘째는 ‘섬기려하기 보다는 섬김을 받는데 익숙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경계하셨던 바리사이파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은 지키지 않으면서 신자들에게 지킬 것을 강요하는 율법주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섬김을 받는데 익숙해지면 섬길 수 없는 분들에게 가까이 갈 수 없기 마련입니다. 고난의 현장, 아픔의 현장, 소외된 이들과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비록 상처를 입더라도, 흙이 묻더라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사제들이 머물 곳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권위를 갖기 보다는 권위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참된 권위는 섬김과 나눔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삶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삶입니다. 말을 함부로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살려는 것입니다. 세상은 손님이 짜다면 손님의 기준에 맞추어서 음식을 다시 만들어 줍니다. 과연 사제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넷째는 ‘말씀선포’의 소중함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말씀선포는 교회가 사제에게 맡겨준 거룩한 직무입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말씀을 선포하기 전에 깊이 기도해야 합니다. 성경 말씀을 온 몸으로 묵상해야 합니다. 세상의 학문도 공부해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 또한 말씀이 이끄는 데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살아있는 강론, 감동을 주는 강론,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주는 깨우침의 강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사제처럼 지금 순교하는 삶은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평신도들이 바라는 사제’로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강론 준비를 충실하게 하는 사제
본당 재정에 투명한 사제
교우들에게 겸손한 사제
가난한 이들을 먼저 찾는 사제
죽기까지 사제직에 충실한 사제”

저 또한 그렇게 살도록 다짐하면서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려고 합니다.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서울 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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