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성탄] 최고수(사형수) 띄우는 성탄 편지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3 12:12:32    조회 : 608회    댓글: 0
성탄절을 앞두고 어느 최고수(사형수)가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성은 신부와 아기 예수님 앞으로 보내온 편지를 소개한다.

은총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눈을 감고 성탄절 밤을 상상해 봅니다. 어느 작은 마을에 아담하게 지어진 성당에서 오르간 반주에 맞추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가가 흘러나오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면서 저절로 주님을 찬미하게 되는 풍경입니다.
바깥에서 살 때 저는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길들어 사느라 이처럼 작고 소박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감옥의 독방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잊힌 사형수로 살아온 지 벌써 1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고 부르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제 앞에 오십니다. 그러면 저는 마음속 생각들을 다 말씀드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운동을 나갔다가 방으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다짜고짜 하느님 우리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주님, 벌금을 내지 못하여 노역을 사는 사람들이 운동장으로 가기 위해 복도에 줄을 맞춰 서 있을 때 꼭 전쟁터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처럼 추워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을 주님도 보셨지요. 얇은 옷에 검정고무신, 초라한 행색들…. 저에게 그들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옷과 신발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든지, 그것이 아니라면 아버지께서는 전능하신 분이시니 천사들을 보내시어 손수 그들을 돌보소서.'
저를 여기 감옥에 살게 하신 '하느님의 계획'은 과연 옳았습니다. 남의 이익을 돌보지 않던 제가 저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됐으니 말입니다. 다시 눈을 감고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생각합니다. 올해 성탄절에는 흰 눈이 온 세상 가득히 내려, 마음이 가난하고 그리움에 사무치고 슬픔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 주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2013년 12월 어느 추운 날에      이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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