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양의 만찬 (2012.05.06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23:21    조회 : 536회    댓글: 0
「어린양의 만찬」
(스콧 한, 정광영 역, 생활성서, 2002.)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
약 20년 전에 대히트를 쳤던 ‘타타타’라는 가요의 가사입니다. 당시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당시에 아이였던 저의 기억으로는 많은 아이들도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기억이 나는 것이 어떤 친구가 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흥얼거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선생님이 “얘야. 너 그 노래가 무슨 말인지나 알고 부르니?”라고 질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알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꼬마 아이임에도 무언가 느껴지는 심오함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만일 이렇게 심오하고 철학적인 가사의 내용을 인생으로 느끼고 있던 한 사람이 그런 인생철학을 지나가는 아이가 부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봅니다. 굉장한 충격이겠지요...
 
개신교 목사이자 20여년 묵시록을 연구해오던 성서학자가 가톨릭 미사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마치 이와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하느님의 어린양... 하느님의 어린양...”
요한 묵시록의 그리스도께 대한 대표적인 상징으로서 하느님에 의해 하느님께 바쳐진 순결하고 티없는 제물이신 그리스도께서 영원무궁토록 천상의 잔치에서 칭송받는 그 이름인 ‘하느님의 어린양’이 우리의 미사 중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천상의 예배에 참여하며 하느님의 옥좌 오른편에 앉으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제사로부터 구약 전체에 걸쳐 예시하고 있는 참된 제물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이 미사 안에서 실현되고, 그러한 주님의 재림에 관한 환시가 담긴 묵시록의 모든 상징들이 이 미사 안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모든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현기증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묵시록을 세상의 종말과 저 먼 천상의 예배, 그리고 대개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지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기록한 일종의 암호 메시지로만 이해하려고 애써 왔다. 그런데 두 주일 동안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나는 전례가 거행되는 도중에 일어서서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묵시록의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겠소! 묵시록 4장 8절을 펴 보시오. 당신들은 지금 하늘에 있는 것이라오.’라고 외치고 싶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의무감과 형식적인 전례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365일 똑같은 경문을 읽고 똑같은 형식의 똑같은 행위를 해야하는 가톨릭 전례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신앙에 멀어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사는 하느님을 경배하는 백성들의 무리가 어린양이신 그리스도의 제사, 만찬에 참여하며 지상에서 벌어지는 천상의 선물을 맛보는 순간입니다. 천상의 하느님을 찬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미사는 더없이 아름다운 주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바라는 이에게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반복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이 거룩한 미사를 묵시록의 관점에서 풀이해 주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성사생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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