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라는 걸림돌 (2012.05.27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25:51    조회 : 492회    댓글: 0
「고통이라는 걸림돌」
(요하네스 브란첸, 배영호 역, 바오로딸, 1990)
 
“왜 이렇게 세상은 고통으로 넘치는가? 죄없는 이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가 믿는 것처럼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고백하듯 하느님이 모든 권능을 지니고 계시다면, 그분은 왜 그 숱한 고난을 내버려두시는가?”
이 질문은 분명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우리 자신의 ‘주님’으로 고백하는 데에 중대한 걸림돌이 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감동적으로 해명하려고 한다 해도 고통이라는 것은 치가 떨리도록 피하고 싶고, 다가올까 두렵고, 진저리가 나도록 깜깜해지는 생생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 고통 앞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너무나도 무기력해짐을 체험하게 됩니다. 물론 이 ‘하느님의 사랑’을 ‘고통’과도 같이 생생한 체험으로 느낀다면 당연히 그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강건한 용기와 힘을 갖게 되겠지만, 고통 받는 이에게 무심코 뱉어진 이 ‘하느님 사랑’은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그를 조롱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통에 대하여 훌륭히 설명하느라 애를 쓰며 또한 그것에 능숙해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감동적인 강론을 해왔지요. 하지만 사제들에게 차라리 침묵하라고 이르십시오. 사실 우리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걸 깨닫고 나서 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저자 서문 中)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지만, 어느 누구나 겪게 되는 이 ‘고통’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성경에서 고통 받은 이의 대표인 욥... 그는 다른 누군가 특별한 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욥은 어디에나 있다. 끝장난 부부생활, 파탄으로 허물어진 가정 속에, 공허하게 살고 있는 이웃, 직장이 없는 20대, 정년퇴직의 기로에 선 50대, 양로원에서 고독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70대의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 가운데에 있다.”(본문 中)
저자는 이러한 고통의 깊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인간의 고통에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고통의 신비가 실타래 풀리듯이 문제해결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의 모습을 좀 더 똑바로 바라보게 하고, 하느님께 돌을 던지는 것을 떠나 고통 앞에서 하느님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하며, 그리스도인이 이 고통 중에서 취할 수 있는 자세를 훌륭히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일곱 살짜리 정박아가 친척을 방문하였다. 아침식사 중 꼬마의 이모가 뜨거운 커피를 엎질러 손을 데고 말았다. 이모는 덴 곳이 아파 쩔쩔매는데, 이모부는 식탁보와 식탁판만 닦아내느라고 열심이었다. 그러자 꼬마가 이모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는 이모의 손을 잡아주세요. 손을 다쳤잖아요...’”(본문 中)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이 이 세상에 고난을 보내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그는 하느님이 이 세상의 고난을 없애주시지 않으며 해명조차 해주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히려 하느님은 인간과 함께 이 세상의 고난을 짊어지시는 그런 분이다. 사람은 바로 이런 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고 또 사랑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은 자기 가난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가난을 자기와 함께 나누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자기 고난을 해명해주는 이가 아니라, 그 고난을 자기와 함께 겪는 이를 사랑할 것이다.”(H. 하크)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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