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미학 (2012.06.03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26:29    조회 : 568회    댓글: 0
「황혼의 미학」
(안셀름 그륀, 윤선아 역, 분도출판사, 2009)
 
행복한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노년의 삶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십니까? 누구나 젊음을 좋아하고, 젊음의 시절을 추억하며, 젊은 날의 가치를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늙음은 삶의 저 언저리, 혹은 썩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얻게 되는 인생의 끝자락 정도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은 황혼의 삶을 얼마나 가치 있게 살아가는가에 따라서 젊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생의 참 아름다움을 발견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황혼의 미학’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서두에 발리섬의 전설을 이야기합니다.
 
“외딴 산속 한 마을에, 노인을 제물로 바친 다음 먹어 버리는 관습이 있었다. 그러다가 노인이라곤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되었고, 대대로 내려오던 관습은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다 모일 수 있는 큰 집을 짓기로 하고 나무를 베어 냈다. 그런데 통나무 아래위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대들보를 거꾸로 세우면 집이 무너져 죽을 수도 있었다. 그때 어떤 젊은이가 더 이상 노인을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제안하자 다들 흔쾌히 약속했다. 젊은이는 오랫동안 숨겨 놓았던 자기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왔다. 그리고 노인은 통나무의 아래위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 이야기는 생산과 이해타산의 구조 안에서 활동성을 갖지 못하는 노인의 가치가 철저하게 무시 되는 사회의 단면을 꼬집어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이렇게 철저하게 노인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늙어가는 것을 기대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기보다는 그저 세월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퇴직한 이후에도 오랜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년의 준비라는 것도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살 집을 마련하는 외적인 준비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에서처럼 노인의 지혜는 젊은날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깊은 통찰과 삶의 기술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잘 가꾸기만 한다면 그 어떤 시기의 삶보다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가치를 더욱 깊이 느끼고 온전히 바랄 수 있는 노인의 영혼에는 세상의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참 행복을 전해줍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0~31)
 
노년의 삶은 당연히 젊었을 때의 삶과는 다릅니다. 젊을 때의 패기, 그 열정으로 이룩했던 수많은 일들,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그러한 것들에 대한 추억들이 분명히 좋은 기억으로 남겠지만, 그 젊은날만을 그리워하며 살기에는 황혼의 삶이 너무나 아깝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의 깊이가 될 때에만 그 의미를 충분히 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책은 행복한 노년을 살아가는 여러분 마음의 양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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