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리더십 (2012.06.10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27:47    조회 : 492회    댓글: 0
「사람을 살리는 리더십」
(안셀름 그륀, 모명숙 역, 바오로딸, 2006.)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반장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까불거리며 놀고,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반장이 되고 친구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막막했습니다. 반장이 되고 나서 첫 학급회의 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내가 뭘 해야하지?’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하지?’ ‘시끌시끌 떠드는 아이들 분위기를 어떻게 집중시키지?’ 그 전에 다른 반장이 했던 것처럼 우선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야겠다 생각을 하고 크게 숨을 쉰 다음 큰 소리로 “얘들아! 조용히 해!!!!” 하고 외쳤습니다. 제 말이 먹혔는지 아이들이 일제히 조용해졌고, 저를 쳐다봤습니다. 순간 생각했습니다. ‘아! 차라리 그냥 지들끼리 떠들었으면 좋겠다...’ 50여명의 친구들을 조용히 시킨 그 말을 이제 고스란히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세 좋게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지만 이내 곧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리고,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아이들은 당황해 하는 제 모습이 재밌었는지 웃기 시작했고, 머쓱해진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한바탕 웃고나니 조금 괜찮아져서 겨우겨우 진행을 했지만 그렇게 곤욕스러웠던 첫 학급회의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어느 누구라도 사회 안에 살아가면서 대표성을 띠거나 책임을 맡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정 안에서, 학교 안에서, 동아리에서, 직장의 부서에서, 어떤 단체에서, 교회 봉사자 모임에서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고 있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공동체의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고정화된 집단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개방적인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리더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현대 사회 안에서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서점에도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리더십에 관한 교육들이 많습니다. 하나 같이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리더십에 관한 일반 서적들을 읽다 보면 그저 소위 성공한 사람들에게 감탄을 하는 정도로만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은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특출한 사람들에 대한 찬사의 느낌이 더 진하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책은 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전하는 베네딕도 규칙서의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내용입니다. 특히 수도회 안에서 살림살이와 공동체의 운영을 책임지는 당가(當家)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을 열거하고 해석하면서, 현대 사회 안에서도 적용 될 수 있는 경영자의 자질이라든지 리더의 덕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제 논리 안에서의 리더가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수도 공동체 안에서의 리더에게 필요한 ‘사람을 살리는 리더십’은 이 시대 어디에서든 통용될 수 있는 좋은 영감을 전해줍니다. 1500년이나 된 베네딕도 수도원의 운영 모델이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역할들을 기쁘게 해 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마치 책임있는 운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상사는 직원이 눈물을 흘리거나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로 상처를 줄 때 힘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힘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뿐이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생명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져온다.”(본문 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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