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2012.06.24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28:42    조회 : 449회    댓글: 0
「사도신경」
(차동엽, 위즈앤비즈, 2012.)
 
얼마전 첫영성체 아이들과 찰고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기도문을 외우는데 어떤 친구들은 거의 다 외워온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더듬거리며 잘 못 외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그것 가지고 실랑이 하다가는 아무도 통과 못하겠다 싶어서 비교적 쉽다고 여겨지는 것을 시켰습니다. 성모송, 삼종기도, 아침기도... 그런데 그나마도 잘 안 되었습니다. 약간의 실망감을 감추며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럼 사도신경 해볼래?” 했더니, 말 끝나기가 무섭게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하며 줄줄줄 외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성모송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그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단어들도 많은 사도신경은 이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다니... 갸우뚱해졌습니다. 아이들한테 물었습니다. “사도신경은 이렇게 잘 하면서, 다른 기도는 왜 못했니?” 아이들은 주저하면서 말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다 못 외웠어요’ ‘할 수 있는데 갑자기 까먹었어요...’ 등등 여러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원인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그런지 내가 알려줄까?”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기도 해 본 사람?” “밥 먹고 식사 후 기도 하는 사람?” 이렇게 물었더니 역시 대부분 기도를 해 보지 않았습니다. 사도신경은 어찌 됐건 매 주 미사 때마다 하기 때문에 그 어려운 단어와 어려운 믿음의 내용을 줄줄줄 외울 수 있었지만, 그 밖에 다른 것들은 아주 쉽고 더 자주 해야 하는 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신앙의 핵심을 담은 사도신경을 다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기도생활 열심히 하기로 약속하고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아이들이 그 약속을 잘 지켜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매 주 미사 때마다 사도신경을 고백하면서 우리가 믿는 신앙의 내용을 스스로 확인합니다. 사도신경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신앙고백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그것만큼이나 다른 기도들도 그렇게 친숙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 아쉬움은 차치하고 사도신경의 깊은 신앙정식과 신앙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신앙유산은 이미 우리 삶의 자리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신앙의 내용을 물려준 사도들과 순교자들, 이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신앙선조들의 바탕 위에 우리가 믿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매 주 입으로 고백하고, 삶 안에서 실천으로 고백하는 이 믿음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신간으로 출판된 이 ‘사도신경’은 차동엽 신부님이 쓴 ‘맥으로 읽는 성경’, ‘통하는 기도’에 이어서 우리 신앙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신앙의 보물, 즉 성경과 주님의 기도 그리고 사도신경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교리적 참고 서적입니다. 사도신경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며 교회가 고백하는 이 신앙 안에 우리의 마음을 일치 시키는 좋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천 년의 지혜 사도신경으로 인하여 가히 수천만이 피를 흘렸고, 그 덕에 오늘의 우리가 살고 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유이며, 내가 살도록 해 주는 힘이며, 내게 설렘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 희망이다.
나는 그것을 외울 줄 알았지만, 몰랐다. 명색이 공인된 신학도인 내가 그랬으니, 신자들은 오죽하랴. 그래서 글을 쓰는 내내. 깨달음이며 회개였다.”(저자 서문 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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