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언어 (2012.07.22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32:02    조회 : 463회    댓글: 0
「신의 언어」
(프랜시스 S. 콜린스, 이창신 역, 김영사, 2009.)
 
우리는 ‘과학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과학적 탐구의 결과로 인류는 대단한 물질적 풍요와 지적인 수준의 성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해왔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이러한 과학적 발전과 함께 항상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종교 혹은 신앙과의 대립이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근대 이후로부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증명을 중시하는 사고 경향은 신앙이라든지 하느님에 대해 논의하고 믿는 것 자체에 대해서 비이성적인 행위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가장 이성적이고 명확한 근거로서 학문을 추구하는 과학자들이나 과학적 사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이성이 밝혀내는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상대적로 인간의 세계에서 신이 자리하게 될 영역은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과학적 혁신과 과학의 발견은 신앙 및 종교의 입지를 좁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이자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총 지휘를 맡았던 콜린스 박사는 전혀 다른 견해를 보여줍니다. 과학적 탐구의 결과가 하느님을 부정하게 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그 어디에서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알면 알수록 그 오묘한 신비에 대해 하느님을 긍정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믿음이란 결코 이성과 대립하는 것일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이성에 얽매이는 것도 아닙니다. 예컨대 지구가 어떻게 생성이 되었고, 인류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참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모든 과학적 지식을 겸비하고 세상과 인간의 신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학자라 해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부정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것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믿음이란 결국 삶 안에서의 하느님의 부르심이고, 그에 대한 내적인 선택과 응답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믿음이라는 것이 추론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탐구의 결과들은 신앙과 신앙 행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서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과 종교를 대립적인 구도로 이해하거나, 종교인으로서 과학적 발전에 대해 막연한 위기의식을 갖는다거나 하는 생각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신앙 때문에 과학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 이성적 사고 때문에 신앙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과학과 종교 모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회피하는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이고 적절한 지적탐구와 신앙의 교육이 모두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이 책은 교회에서 출간된 영성서적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학시대를 살아가며 더욱이 그 과학의 최선봉에 섰던 한 과학자가 풀어내는 신앙에 대한 소견은 우리에게 있어서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문화와 사회, 그리고 과학적 결과들에 신학은 적절한 적용을 할 수 있어야 하겠고, 또한 우리가 선포하는 신앙의 진리들과 양립하지 않는 과학적 사실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같아서는 창조의 신비를 가린 커튼을 과학이 걷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성의 힘을 믿고 사는 과학자에게는 이번 이야기가 악몽으로 끝을 맺는다. 이제까지 무지의 산을 오르던 과학자가 이제 막 정상을 정복하려고 마지막 바위를 짚고 서는 순간,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그곳에 앉아 있던 신학자 무리가 그를 반기기 때문이다.”(본문中)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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