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꼴을 알아라 (2012.07.29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32:34    조회 : 485회    댓글: 0
「네 꼴을 알아라」
(방효익, 하상출판사, 2012.)
 
얼마 전에 문득 세수를 하고 얼굴을 보니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인데도 뭔가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내 얼굴과 좀 다른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유심히 보았는데 이마에 있던 점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여기에 원래 점이 있었던가?’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게 왜 생겼지? 하면서 궁금증이 더해만 갔습니다. 있었다면 이걸 왜 몰랐을까? 없었다면 왜 생겼을까? 정말 의아함의 미궁 속에서 도저히 생각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서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유심히 들춰 봤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어릴 때부터 이 자리에 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평생을 달고 살아온 내 점인데도 그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마에 있는지 코에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아니 알았어도 기억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 놀랐던 이 황당한 깨달음에 이것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은 작업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평생을 살아도 평생 새로움이 발견되는 끝없는 앎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던 일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요한복음 5장의 벳짜타 못 가의 병자는 일생을 물이 출렁일 때만을 기다리며, 극복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던 인물이었습니다. 무려 38년 동안 그 못 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제일 먼저 연못에 던져주기를 바라며 살아왔습니다. 38년..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의 수명으로 보았을 때, 이 38년은 거의 일생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3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병을 앓았으니 ‘아이고..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하는 단순한 동정의 마음이 아니라, 고질적인 병 고질적인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 세월의 흐름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뿌리 깊은 악습들, 마음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상처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38년뿐 아니라 50년 70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실 많고, 우리 자신 또한 이러한 사람들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듭니다. 이마에 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는지, 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어떤 느낌들을 갖는지 스스로 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겉으로 뻔히 드러나 있는 외모도 이러할진대 성격이나 마음,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마음속의 아이’는 더더욱 제대로 바라보기 힘든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듯이 ‘네 꼴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한 번 깨닫는 것으로는 모자랍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자아인식 안에서 자신이 숨겨 놓았던 상처나 마음속 위협을 대면하고 주님 앞에 내어드려야 합니다. 이것이 치유이고, 자신도 모르게 38년이나 같은 자리를 그 꼴 그대로 살아가던 벳짜타의 병자처럼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성경의 몇 가지 본문들을 우리의 영성생활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풀이하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도록 제시해 주는 이 책은 말씀을 통해 ‘숨은 생각이 모두 드러나는’ 말씀의 힘을 또다시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말씀을 더 깊이, 말씀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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