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마를때 (2012.08.12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33:22    조회 : 495회    댓글: 0
「샘이 마를때」
(토마스 그린, 성찬성 역, 바오로딸,)
 
올 해는 유독 비가 잘 오지 않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도 가뭄이 심해서 ‘비가 언제 오나?’ 기다렸었는데 막상 장마 기간에도 비가 별로 오지 않고, 뜨거운 여름에도 더위를 식혀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가 없으면 땅이 마르고 땅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삶도 말라갑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마르고 있는 땅을 바라보듯이 때로는 우리 영혼이 그렇게 말라 가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영혼의 기쁨 안에 길어올리던 영혼의 샘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낼 때, 우리는 마른 샘 안에서 물을 찾으려고 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말라 있는 우물만 바라보기 보다는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영혼의 샘을 적셔줄 말씀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말씀이 생명력을 지닌다는 말이 새삼 간절하게, 그래서 더욱 무섭게 다가옵니다. 영혼을 깨우고 깊은 영적 생명에 달하게 하는 말씀. 이 마음을 흔들기도하고 부숴뜨리기도 하며 높은 창공 위로 날리기도 하고, 온갖 감정의 뿌리로 이끌어 가기도 하는 말씀은 권위와 권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여러 과업들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하리라는 불안감들은 영적생활에 커다란 장애로 다가옵니다. 말씀 안에 녹아드는 삶이 되고자하는 지향과 갈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담감들은 큰 유혹으로 다가와 그 일들에 메달리게 합니다. 그러나 항상 느끼듯이 과업들은 끝이 없는 법이지요. 끝없는 일상 안에서 끝없이 기도해야하는 것이 이미 자명하게 자각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일들을 대하면서 마치 이 끝에는 편안한 휴식처가 있는 것 마냥 일을 헤치우려 달려드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삶 안에는 크고 작은 유혹들이 너무도 쉽게 침투하게 됨을 느낍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깨지고, 안정감을 잃게 되며 그 때문에 교만과 게으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됩니다. 그리하여 ‘말씀’과 결합하는 삶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 책은 메마른 샘이 처음에는 자신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고 또 씁슬한 패배감에 젖어들게 했지만 이런 건조함은 비를 흠뻑 머금고 언제나 촉촉하게 젖어있을 나의 영혼을 위한 전주곡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물론 포기하지 않는 믿음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
그리스도께서 진정 이 희망을 우리 가슴 깊이 품을 수 있도록 당신의 영원한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특별하고 탁월한 사람만이 이 희망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인간적으로 좌절하고 나약함을 한탄할지라도 이 길은 이런 우리에게도 똑같이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제 우리에게 관건이 되는 것은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무르려는 작은 실천과 끊임없는 노력입니다. 그 결과는 하느님께서 주어주실 것이니 섣불리 걱정할 것도 초조해할 것도 없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인간적인 유혹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하느님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마음에 품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것들에 나를 맡겨버리지 말고, 그 중에도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 나를 내어 맡겨 드려야 할 것입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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