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2012.09.23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2:12    조회 : 783회    댓글: 0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최양업 토마스, 정진석 역, 바오로딸, 1994.)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그분들께서 이 땅에서 살고 죽으셨던 삶들을 미약하나마 생생하게 그려보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주 전에 김대건 신부님의 서한을 모아 놓은 ‘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 이어서 함께 읽으면 더욱 의미가 깊은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바로 김대건 신부님과 동기로서 함께 유학길에 올라 사제의 꿈을 키웠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서한 모음집입니다.
최양업 신부님께서는 김대건 신부님보다 4년 늦은 1849년에 사제 서품을 받으셨지만, 어렵사리 입국한 조선 땅에서 12년 동안 사목 활동을 하시며 한국교회의 지대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더욱 와 닿습니다. 이 책에는 신부님께서 쓰신 19통의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신학생 때부터 사목활동을 하시는 생생한 모습과 영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전국을 쉼 없이 돌아다니시면서 교우들을 돌보고 성무를 집행하고 예비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관할 구역이 5개 도이고, 공소만 해도 127개가 넘는 곳을 두루 다니셨습니다. 일 년에 어림잡아 7천리를 다니셨다고 하니 그 노고가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땀의 순교자’라고 불리우는 최양업 신부님의 발걸음이 이 편지들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당시 교회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는 귀중한 독서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아래의 편지는 최양업 신부님의 편지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미 ‘땀의 순교자’로서의 준비된 마음이 느껴지는 신학생 시절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르그레즈와 신부님께...
 
신부님과의 애절한 서한 교환을 못하고 지낸 지 어느덧 3년이나 흘렀습니다. 육신으로는 비록 신부님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나, 마음과 정신으로는 잠시도 신부님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 부모들과 형제들을 따라갈 공훈을 세우지 못하였으니 저의 신세는 참으로 딱합니다. 그리스도 용사들의 그처럼 장렬한 전쟁에 저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니 말입니다. 정말 저는 부끄럽습니다! 이렇듯이 훌륭한 내 동포들이며, 이렇듯이 용감한 내 겨레인데, 저는 아직도 너무나 연약하고 미숙한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 당신 종들의 피가 호소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당신의 넘치는 자비와 당신 팔의 전능을 보이소서. 언제쯤이나 저도 신부님의 그다지도 엄청난 노고와 저의 형제들의 고난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되어 그리스도의 수난에 부족한 것을 채워, 구원 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중략) 끝으로 특별한 인연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는 경애하올 사부님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을 통하여 간청하오니, 이 소자를 잠시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전번 서한에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십자가 나무의 한 조각을 청한 일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그것을 장만하신다면 틀림없이 저에게 보내 주실 줄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순종하고 부당하며 미약한 조선인 아들 최 토마스가 엎드려 절합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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