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그리고 새로운 삶 (2012.09.30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4:06    조회 : 699회    댓글: 0
「깨달음, 그리고 새로운 삶」
(수잔 안네트 뮤토, 이덕환 역, 쉐마북스, 2010.)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하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떠올랐던 그곳으로 서둘러 간다. ...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가득 차지 않는다.
강물은 흘러드는 그곳으로 계속 흘러든다.
온갖 말로 애써 말하지만, 아무도 다 말하지 못한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못한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코헬 1,2~9)
 
지난 목요일 전례 독서에서 나왔던 코헬렛의 이 말이 왠지 자꾸 떠오릅니다. 자꾸만 헛바퀴 도는 듯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뭔가 하느님과 깊이 만나지 못하는 공허함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할 때 이 코헬렛의 한탄 섞인 말처럼 ‘이 세상 살아가는 것이 무슨 보람이 있고, 나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 존재인가?’ 자문하게 됩니다. 코헬렛은 이렇게 언뜻 보면 허무주의자이거나 비관론자와 같이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현실주의자로서 인간적인 지식과 감정 안에서 세상을 비춰보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그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세상의 허무 앞에 놓인 인간은 인간과 세상의 가장 근본이 되는 본질, 만고에 변함이 없고 모든 의미의 원천이 되는 그분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그저 돌고 도는 세상 속에 우연히 왔다가 사라지는 허무함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한 삶의 형성 과정 안에서 우리 신앙인이 꼭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영성생활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책은 우리가 때로는 소홀히 하고 때로는 피상적으로 접근했던 영성생활에 다가서도록 안내해 주는 책입니다. 특별히 현대적 영성으로서 삶과 인간을 형성해 나아가는 과정과 영성신학을 접목해 가는 ‘형성적 영성’의 내용을 맛볼 수 있습니다. 현실의 삶 안에서 이러한 영성적 삶을 잃어갈 때, 우리는 삶의 리듬감 없이 마구 달리는 기관차와 같이 되고 그런 삶은 코헬렛의 말처럼 공허한 ‘허무’ 앞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영성생활을 통해 그분께 나아갈 때, 세상에 대한 시각은 코헬렛의 ‘허무’에서 시편의 찬가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주 저희의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십니까?
하늘 위에 당신의 엄위를 세우셨습니다. ...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시편 8,2~5)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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