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의 여인 (2012.11.04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48:37    조회 : 824회    댓글: 0
「우물가의 여인」
(아드리안 반 카암, 정영식, 쉐마북스. 2011)
 
모든 성경의 말씀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요한복음은 내적인 변화나 영적인 묵상을 끌어내 주는 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다른 복음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예수님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영적인 차원에서 곱씹어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요한복음 1장의 로고스 찬가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와 같이 그분의 의미를 생명과 빛 안에서 깊은 묵상을 끌어내 줍니다.
이 요한복음 가운데에서도 4장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이며, 요한복음에서 그리고 있는 그리스도에 대해 매우 함축적이며 드라마틱하게 전해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저 또한 이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처음에는 그 의미들을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듯이 넘어갔었는데, 처음 깊이 있게 묵상했을 때 정말 숨겨진 보석을 찾은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묵상 노트에 적었던 내용들입니다.
 
「정말 그러셨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내적 갈등을 겪으신 듯 보였다. 먼 길에 지치고 허기지신 예수님... 그 우물가에 앉아 먹을 음식과 물을 기다리시는 예수님. 그 육체적 갈망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것을 바라보신다. 그러고는 대화를 통해서 사마리아 여인의 영적 샘을 길어올리시듯이 예수님 당신께서도 당신 안에 있는 영적 샘, 즉 하느님의 실존과의 만남과 그것을 위한 당신의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끌어 올리신다. 이를 통하여 진정 하느님의 뜻으로 넘어가시는, 그 뜻의 실천으로써 육적인 것을 넘어서고 극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시다.
“나에게 마실 물 좀 다오” 하고 다가오시는 주님. 그리고 계속해서 영적 대화, 하느님의 참 생명, 참 진리의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과, 자신의 틀, 전통, 세속적 시각에서 답하는 사마리아 여인.. 이 모습이 새로운 의미로 비춰졌다. 예수님께서는 어느 곳, 어느 때, 어느 상황, 어느 사람이든지 오로지 하느님의 참 생명, 진짜 하느님, 참된 말씀 안에서 계시는 분이시다.
사마리아인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부수시고, 세속적 시각의 틀을 넘어(7~10절) 옛 전통의 가치에 머무르는 고착된 마음을 넘어(11~12절) 진짜 내눈 앞에, 내 맘속에 모든 것 가운데 계신 진리의 생명을 보도록 이끄신다. ‘이것들을 좀 벗어버리고 진짜 영원한 것을 보아라’하고 강하게 말씀 하시는 것 같았다. 이러한 의미들 안에서 특히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깊이 와 닿는다.」
 
사마리아 우물가라는 작은 일상의 공간마저도 그분과의 만남과 대화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샘이 솟아 오를 수 있는 천상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적인 것과 천상의 것, 그것이 예수님과 여인 사이에서 깊이 공감되고 확장되어 나아가는 이 과정의 모습이 참으로 놀랍고 경외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형성적 영성을 주창한 아드리안 반 카암 신부가 자신의 영성적 토대 안에서 묵상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오늘 소개해 드리며, 예수님과의 영적인 관계, 일상 안에서의 영적인 다가섬의 과정을 묵상해 보는 좋은 독서가 되시길 기대합니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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