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생활 입문 (2012.12.09 소식지)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4:52:07    조회 : 882회    댓글: 0
「신심생활 입문」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서울 가르멜 여자수도원 역, 가톨릭출판사, 2011)
 
지난주 토마스 아 켐피스의 ‘준주성범’에 이어서 오늘도 하느님을 따르는 거룩한 자녀들이 걸어갈 영성의 길을 인도해 주는 교회의 훌륭한 지도서를 소개해 드립니다. 준주성범이 약간 수도생활에 적합한 영적 지침을 말해준다면,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이 책은 애초에 살모지아라는 한 부인의 요청에 의해 그의 신심생활에 대한 지침을 쓴 편지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현실생활에 매우 적절한 신심생활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학부 1학년 신학생 때, 이 책을 읽고 크게 감화되어 기쁜 마음으로 수련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성인의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비유들과 입문자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듯한 문장들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거룩한 신심을 일깨우는 데에 충분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완덕의 길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을 소개해드립니다. 이 글을 통해 신심생활에 대한 열의가 새로이 일깨워지시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실 때 초목들이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해 놓으셨습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교회의 살아 있는 나무인 신자들이 그 처지와 직분에 따라 각각 고유한 신심의 열매를 맺기를 바라십니다. 임금과 신하, 귀족과 평민, 미혼과 기혼, 그리고 소년과 소녀들이 제각각 자신의 처지에 따라 특성 있는 신심의 결실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신심은 개인의 능력, 일, 직무에 적합한 것이어야 합니다.
필로테아님, 주교가 관상 수도회의 수도자들처럼 은둔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일 한집안의 가장들이 수도자들처럼 가정 경제에 관심이 없다거나, 일을 해야 할 노동자가 수도자들처럼 온종일 성당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또는 수도자가 주교처럼 신자들을 위해 분주히 돌아다닌다면, 참으로 어리석고 무질서하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와 비슷한 일들은 매우 많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참된 신심과 무분별한 신심을 식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는 신심을 배척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필로테아님, 참다운 신심은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일을 완성하게 합니다. 자신의 정당한 직무를 망각한 사람의 신심은 그릇된 것임이 분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꿀벌은 꿀을 빨아들이면서 꽃을 조금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된 신심은 더욱 그러합니다. 해야 할 일을 방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충실하게 하도록 해 줍니다. 보석을 꿀에 담그면 보석의 특성에 따라 광채가 더 밝게 빛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자신이 놓인 현실에 신심을 더하면 그 현실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가정은 더욱 화목해지고, 부부간의 사랑이 깊어지며, 애국심이 두터워지고, 자신이 맡은 일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군인들의 막사나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나 가정에서 집안일을 하는 가정에서 신심생활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수도원의 관상생활이나 수도생활이 일반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세상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완덕으로 이끄는 신심 수행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다위, 욥, 토빗, 사라, 레베카, 유딧 등이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서는 요셉, 리디아, 크리스포스 같은 성인들이 매우 경건한 생활을 했습니다. 성녀 안나, 성녀 마르타, 성녀 모니카, 성녀 프리실라는 가정을 돌보면서도 거룩한 생활을 유지했고, 성 코르넬리오, 성 세바스티아노,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군 생활을 하면서도 독실한 신심을 유지했습니다. 흔히 완덕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외딴 곳에서 완덕을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와는 정반대의 세상 속에서 완덕에 진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심을 보존하는 데 환경은 진실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롯이 악인들이 사는 소돔에 살 때는 순결했으나 외딴 산속에서 살 때 오히려 죄에 떨어졌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있든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글 김만희 요셉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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