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엠마 수녀 "땅이 울부짖는 소리 외면할 수 없어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3-26 11:55:20    조회 : 206회    댓글: 0

[인터뷰] 백 엠마 수녀 "땅이 울부짖는 소리 외면할 수 없어요"

경기도 용문 나자렛집 생태공동체에서 토종씨앗으로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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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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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내기하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사진=성가소비녀회 제공)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백인선 수녀 / 성가소비녀회 용문 나자렛집 생태공동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땅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텃밭농사 시작

토종은 최소 30년 이상 씨앗 받아 심고 가꾸며 전해온 것

시중에 토종씨앗 거의 없어, 개량종은 수확량 많지만 화학비료 써야

땅이 울부짖는 소리 외면할 수 없어 생태사도직 전념

양평군과 토종씨앗 모임 만들어 토종씨앗과 작물 연구

농부들이 씨앗 받는 농사 외면하면 씨앗 주권과 식량 주권 잃어


[인터뷰 전문]

토종작물 농사를 짓고 우리나라의 토종씨앗을 보급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들이 있습니다.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생태사도직으로 농사를 짓는 성가소비녀회 용문 나자렛집 생태공동체 수도자들인데요, 백인선 엠마 수녀 연결해 생태사도직에 관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백인선 엠마 수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인데요, 지금부터 한창 바빠지는 시기입니까?

▶지금 굉장히 바쁩니다. 밭도 준비해야 하고, 모종도 내야하고 준비하는 시기라서…. 정말 바쁜 시기가 돌아왔죠.


▷바쁜 시기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은 주로 어떤 작물들을 파종하세요?

▶이번 주간에 감자를 심을 예정이고요. 완두콩, 강낭콩. 상추는 지금부터 노지에 심을 수 있어서 상추와 파도 심을 예정입니다.


▷농사를 지으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정확히 8년째이고요. 그전에 텃밭 같은 걸해서 모두 합치면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성가소비녀회가 오랫동안 해온 사도직인가요?

▶생태사도직은 오랫동안 했다기보다 농사사도직은 저희 수도원 안에 있었어요. 땅이 있으니까 농사짓는 수녀님들이 있었는데, 생태사도직이라는 사도직이 생기면서 생태적인 삶과 연관되는 땅이나 자연, 환경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경기도 용문에 땅이 있어서 생태사도직으로서 농사를 생각한 것은 2015년부터입니다.


▷특별히 수녀님께선 생태사도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계기는 굉장히 오래 됐다고 할 수도 있고, 근래라고 할 수도 있죠. 제가 맨 처음에 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농사사도직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부터 아닌가 합니다.

땅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씨앗을 보면서 씨앗 안에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 이런 거를 느끼면서 가는 곳마다 텃밭이 있으면 조금씩 농사를 지었어요.


▷씨앗 자라는 거 보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셨던 것 같아요. 현재 수녀원에서는 토종작물만 농사를 짓습니까?

▶현재는 그렇습니다. 농사사도직이 꼭 토종만 하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저희 분원의 생태사도직 특성은 토종씨앗을 증식하고 나누는 거예요. 저희가 씨앗 받는 농사를 해야 하니까 토종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토종으로 하게 된 겁니다.


▷어떤 작물들을 재배하세요? 농사 규모는 얼마나 되고요?

▶농사 규모는 약 1000평 되고요. 저희가 부식으로 먹는 것은 대부분 심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늘 접하는 양파, 호박, 배추, 무 다 재배하고 계신 거네요.
나자렛집 생태공동체에서는 몇 분이서 농사를 지으세요?

▶공동체 전 인원은 7명이고요. 한 수녀님은 본당 사도직을 맡아서 농사일은 하지 않고요. 6명이 농사일을 해요. 작년에 5명이었고 올해는 6명으로 한 명 더 늘었습니다.


▷모든 수녀님이 오랫동안 농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신 분들인가요?

▶다 그렇지는 않고요. 한 분은 다른 농사사도직에서 8년간 농사를 지어 농사를 좀 아시는 분이고요. 한 분은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생태사도직에 들어오신 분입니다. 또 한 분은 올해 처음 농사사도직에 자원해서 들어오신 분이고요. 저도 8년 전에 자원한 거고. 두 분은 소임 받아서 오신 분이고.


▷우문일지 모르겠는데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농산물이면 모두 토종 아닌가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걸 토종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고요. 저희는 적어도 30년 이상 농부의 손에 의해서 씨앗을 받아온, 그걸 육종(育種)한다고 얘기하는데, 농부가 그 땅에서 씨앗을 받고 그다음에 심고 가꿔 전해온 것을 토종이라고 얘기해요.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중에서 토종작물은 얼마나 되나요?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비중이 굉장히 적고 제가 퍼센티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일반 시중에서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한살림매장이나 생협, 유기농작물 중에는 토종작물이 있어요. 가톨릭우리농도 있고요. 민간단체인 토종씨드림은 카톡방이나 카페에서 서로 토종작물을 주고받아요. 그리고 전국여성농민협의회 언니네텃밭에서 꾸러미 상자를 하거든요. 거기도 토종작물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시중에서는 이렇게 하는 데가 없고요. 이렇게 의미를 가진 몇 군데에서는 토종작물로 하고 있죠.


▷일반적으로 농사짓는 분들이 토종씨앗을 구하는 것이 힘든가요?

▶힘들어요. 쉽게 구하기는 어렵고요. 종묘상이나 농원에 가면 거의 다 개량종이지 토종이라고 나온 거는 없어요. 그런데 토종이라는 것도 다른 게 있는데, 일반 농부의 손에 의해서 받아진 것이 아니라 조금 기업의 손에 가 있다 보니까 토종 특성이 사라진 것 같아요.


▷앞서 토종씨드림이라고 하는 민간단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거기서 그러면 토종씨앗을 주로 구하는 겁니까?

▶저는 거기에서 거의 90% 했는데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토종씨드림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를 방문을 하게 됐고 토종학교도 가게 됐는데, 거기는 토종씨앗을 수집하러 다녀요. 전국의 80대 할머니들이 아직까지는 토종씨앗을 가지고 계세요.


▷그간 토종농사로 길러온 토종씨앗 종류는 얼마나 됩니까?

▶씨드림 안에서 가지고 종류는 잘 모르겠고요. 저도 적어놓은 것이 150여 가지. 아직 기재를 못한 것도 있는데 그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토종씨앗과 개량종자 작물이 농사를 짓는 과정이나 수확량 면에서도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개량종이 훨씬 더 수확량이 많아요. 토종은 왜 수확량이 적은가 하면 토종에는 아무 것도 가미가 안 됐잖아요. 그런데 개량종에는 이미 소독을 했고 병충해에 강하도록 개량이 됐어요. 예를 들면 참깨 같은 것은 기름이 더 많이 나오도록 개량이 됐어요. 그런데 그 개량종에는 거기에 따른 화학비료를 써야 해요. 그래야 수확량이 나오고, 안 쓰면 토종보다 못 해요. 그렇게 따진다면 뭐가 더 수확량이 많냐면 그냥 자연으로 키운다면 오히려 토종이 더 많다고 할 수 있겠죠.


▷왜 수녀님들이 이렇게 토종작물을 재배하고 토종씨앗을 보급하고 키우는 데 이렇게 생태사도직을 하실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시대적인 표징에 눈을 새롭게 뜬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절박하고 손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 가장 변두리가 어디인가, 예수님이 가장 약한 사람들과 가장 절박한 곳을 찾아가셨잖아요. 저희도 가장 절박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게 생태계였어요. 자연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사도직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도 묵상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해보니까 현재 가장 절박한 곳은 생태계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그래서 제가 땅의 소리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희미했는데, 자꾸 묵상하다 보니까 땅이 울부짖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힘들다고 울부짖는 것 같았어요. 제 개인적인 소명은 제 안에 땅을 살리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땅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그런 사명감 안에서 토종작물, 토종씨앗을 보급하고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네요.

▶저희 수도회도 이렇게 방향을 잡아주셨고 그래서 제가 지원을 하게 된 거죠. 이걸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수도회가 시작해서 지원을 했어요. 제가 토종작물은 농약을 안 쳐도 되고 그냥 키워도 병충해에 강합니다. 비닐도 안 치고 화학비료나 제초제도 안 쓰니까 땅이 살아나더라고요.


▷그걸 우리가 지력(地力)이라고 그럽니까? 땅의 힘, 살아난다는 말씀이시네요. 지금 지역 농부들과도 씨앗 보존을 위한 연구도 하고 계신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연구회를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는데요. 원래 토종씨드림이 지역모임을 하게 됐었어요. 그래서 저는 양평 토종씨앗 모임을 맡았어요.

저희가 수녀원 안에서 2019년에 큰 행사를 했었어요. 이것을 군(郡)에서도 알게 됐고, 군수님이 지대한 관심을, 여기가 원래 친환경 특구지역이니까 관심을 갖고 수녀원에 찾아오셨어요. 군에서 관심을 가져서 같이 협력 연대해서 민관이 어떻게 협력해서 나갈 것이냐 얘기를 하다 보니까 군에서도 토종작물반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연구회 모임을 가지자고 해서 토종씨앗모임을 연구회 모임으로 바꿨던 거죠.


▷용문 나자렛집 생태공동체에서 올해부터 <양평 토종학교>를 시작하신다고요? 어떤 학교입니까?

▶토종씨앗으로만 씨앗 받는 농사를 1년 과정으로 하기로 했어요. 요즘은 농부들이 씨앗 받는 농사를 하지 않으니까 씨앗 받는 걸 잘 못해요. 오래 된 농부들이 아니면 다 모종을 사서 하시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땅을 만들고 꾸리고 가꾸고 씨를 받고 거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전통농법으로 하려고 합니다. 무비닐, 무경운으로. 경운(耕耘)을 하게 되면 땅 속에 있는 미생물이 죽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전통농법으로밖에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거를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이론도 하고 그다음에 직접 땅에 가서 함께 심기도 합니다.


▷토종농사를 짓는 농부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자연과 생명을 지켜가는 수도자로서 보람과 바람은 무엇입니까?

▶힘들지만 보람 때문에 하는 거죠. 하느님의 생명이 깃든 씨앗, 그 씨앗 안에 하느님의 생명이 있다는 걸 묵상하게 됐었거든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라는 성경 구절이 ‘말씀이 씨앗이 되시어’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씨앗을 만지면 그 안에 있는 생명력을 느껴요. 거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때, 내 손으로 씨앗 받을 때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되고요.

내가 이 씨를 거두기까지 여기에 1년의 내 삶이, 또 우리 수녀회 공동체의 삶이 응축되어 들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생각에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되고요.

지금은 씨앗 받는 농사를 하지 않고 다 사서 하는데, 사실 농부는 씨앗 받는 권리가 있어야 ‘농부꾼’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이런 의미에서 사실은 농부가 씨앗의 주권을 잃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 땅의 농부는 씨앗 주권을 찾을 수 있는 씨앗 받는 농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대감과 바람으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아울러 씨앗 받는 농사를 못하고 씨앗 주권도 없으니까 식량 주권도 잃어버렸죠. 식량 자급률이 22% 밖에 안 되거든요. 이것도 찾아야 한다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성가소비녀회 용문 나자렛집 생태공동체의 백인선 엠마 수녀님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3-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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