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사랑하는 일꾼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4-03-29 23:45:36    조회 : 466회    댓글: 1

 

[신앙단상] 생명을 사랑하는 일꾼


권경수 헬레나(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그 향기를 자랑한다. 따뜻한 마당 한가운데 작은 패랭이꽃이 귀엽게 피었고, 햇빛을 즐기는 길 고양이가 이리저리 뒹굴면서 마냥 행복해 한다. 유난히 분주히 지저귀는 새들은 작은 벌레를 발견하곤 매우 흡족한 모양이다. 우리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는 축복의 그림이다. 이렇듯 사람을 위해 아주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창조주 하느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 위대하신 분이시다. 당신이 인간을 위해 만드신 만물을 모두 사랑하시고 특별히 당신의 모상으로 창조하신(창세 1,26)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당신 아들 예수로 하여금 목숨까지 내어놓도록 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처럼 선하고 따뜻하신 주님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오늘날 우리가 속한 현대사회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대사회는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을 위해(창세 1,28), 인간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과학이 눈부시게 진보하고 경제적 가치가 인간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 인간은 정신과 영혼의 세계에서 이탈하여 감각적인 것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삶의 편의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 윤리나 도덕에 어긋나는 낙태와 같은 행동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같은 상황은 생명의 가치와 존엄에 대해 전례에 없는 위협과 폭력, 이기주의, 향락주의, 물질만능주의라는 반생명적 개념을 유발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명은 언제나 선한 것입니다. 생명은 선물입니다.…생명은 하느님을 증언할 존재이고 그분께서 존재하신다는 표징이며 그분의 영광의 흔적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회칙을 통해 인간생명과 그 불가침성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재천명하시면서 아주 강력한 지침을 주셨다. "생명을,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그런데 오늘날 생명권은 실용주의 사회에 만연한 과학지상주의의 오류, 상업적 목적의 맹신으로 인해 심하게 무너지고 있고 초기 인간생명의 존중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생명 존엄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진 의학자들은 수정란이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생명체이고 수정란으로 시작되는 초기 배아는 연속적으로 성장 발달해 결국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생명은 어떤 '행복'이나 '자유'보다 우선되는 최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 배아였고 그 배아는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해준 생명의 근원임을 우리는 재인식해야 한다.

 예수님은 사랑 전체이시다. 죄인을 용서하시고 그 죄인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어놓으신 분이다. 지금은 바로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자비의 행적을 깊이 묵상할 때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눈매로 그들과 공유하시는 예수님, 그분을 깊이 묵상할 때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뜻을 따라 묵묵히 행진하는 자비로운 이들, 가난한 이들과 벗이 되고, 슬퍼하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양부가 되며, 외로운 미혼모의 보호자가 되고 상처투성이 환자의 고름을 빨아내면서도 기쁨으로 살아가는 평화의 일꾼들을 생각할 때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명을 온전히 사랑하고 수호하며 증진하는 것, 무엇보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평화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나는 이 사순시기에 자선과 단식, 그리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그분과의 신뢰 깊은 인격적 만남을 갖도록 권고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내 마음 안에 깊이 새겨보리라.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님     작성일시:

그대에게 가는 먼 길,
이 사순시기에 저도 그분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