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있다"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1 13:17:02    조회 : 444회    댓글: 0
가톨릭신문  [데스크칼럼] ‘내 편이 있다’ / 이주연 편집부장발행일 : 2013-11-03 [제2868호, 23면]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 「기발한 자살여행」 이야기다.

주인공 ‘켐파이넨’ 대령은 사업가 ‘렐로넨’과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자살에 실패한 것으로 ‘인연’을 맺는다. 이후 절친 이 된 두사람은 ‘자살’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기로 한다. 광고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20명의 자살 희망자들이 모이고, 켐파이넨 대령은 버스를 대절해서 북쪽 끝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노르웨이 해안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기로 했던 이들의 원래 계획은 틀어지게 되고 여행은 스위스를 거쳐 포르투칼 해안 절벽까지 계속 된다. 긴 버스 여행의 시간, 사람들은 서로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위안을 얻게 됐다. 개중에는 사랑에 빠지는 커플도 생긴다. 삶을 포기 하려고 낭떠러지를 찾던 이들에게 삶의 새로운 시작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은 핀란드의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국가 경쟁력 부분에서 항상 우등생을 차지하는 북유럽 핀란드는 한때 자살률이 10만 명 당 30명에 이를 정도로 ‘자살’문제 해결이 국가적 화두였다. 결국 핀란드는 1986년 세계 최초로 거국적인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전문가 5만 명을 동원, 자살자 1337명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1992년 자살 예방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자살 수치는 점점 떨어져 2008년에는 16.7명으로 낮아졌다. 세계 3위였던 자살국 순위도 13위가 됐다. 자살은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3.5명이다. OECD 국가 중 8년째 낯 뜨거운 일등을 달리고 있다. 하루 평균 42.6명 연간 1만6000명이 한국 땅에서 목숨을 끊는 셈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너무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에 치중하면서 오로지 경쟁에 매달려 왔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남의 삶은 물론 자기 삶도 가볍게 보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생명 경시 태도’도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교회 안에서도 한국사회의 이같은 높은 자살 현상과 관련해서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출범하는가 하면, 지난달 16일에는 한·일 교회가 심포지엄을 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양국 교회의 협력 방안에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일 교회 관계자들은 ‘자살 예방은 교회가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되기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의학적 치료만큼 ‘사회와의 접촉’, 즉 관계성 속에서 ‘내 편이 있다’는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떠오른다.

교회에서 ‘자살’은 불변하는 가르침으로 금지되는 사안이지만, 예방적인 측면에서 또 생명수호 입장에서 그들에게 교회는 ‘내 편’이 되어주기에 마땅하다. 그렇게 볼 때 ‘자살 예방’ 노력은 곧 마음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자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다시 「기발한 자살여행」으로 돌아가 본다. 여러 각도에서 소설의 주제를 살펴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필자에게는 ‘함께’ 라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함께’ 했을 때, 누군가 ‘내 편’을 만났을 때 역설적으로 ‘죽음’ 이라는 소재마저도 삶의 의지를 되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주연 편집부장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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