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생태적인 삶 실현 위한 대화마당 진행
흰색 면티셔츠 한 장 염색에 물 2700리터 사용
'최저가'는 누군가의 눈물 대신한 가격, 오래 쓸 물건 윤리적으로 소비해야


기후위기 시대, 어떻게 옷을 사고 입어야 할까
의류산업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

내가 헌 옷 수거함에 넣은 옷은 어디로 갈까? 일 년에 1000억 벌이 만들어지고 330억

 벌이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종교환경회의는 올해 이론이나 담론이 아닌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지 성찰하고 실천 과제를 찾는 내용으로 대화마당을 다섯 번 연다. 27일 불교환경연

대의 주관으로 세 번째 대화마당이 온라인에서 열렸다.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무소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옷을 사고 입을 때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본 영상 “우리가 헌 옷 수거함에 버린 옷들이 향하는 곳”에 따르

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다. 헌 옷 수거함의 옷들 대부분은 인도, 캄

보디아, 가나 등 개발도상국으로 간다.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한 시장에는 매주 1500만

 벌의 중고 옷이 들어오지만 절반 가까이는 팔리지 않고 버려진다. 지역 폐기물처리시

스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아서 강에 버려지거나 불태워지고 있다. 시장

 근처에 이렇게 버려진 "헌 옷들로 만들어진 쓰레기 강"이 생겼다.  

물 사용과 오염도 심각하다. 흰색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한 염색 과정에 물 2700

리터가 쓰인다.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전체 산업용 폐수의 20퍼센트가

 의류산업에서 나온다.

동영상 “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이 향하는 곳”의 한 장면. 버려진 옷들이 쌓인 쓰레기 강에 소가 풀 대신 옷을 뜯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크랩 KLAB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br>동영상 “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이 향하는 곳”의 한 장면. 버려진 옷들이 쌓인 쓰레기 강에 소가 풀 대신 옷을 뜯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크랩 KLAB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첫 강연자로 나선 변택주 씨는 “물건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식구”라며 덜 쓰고 덜 누리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법정스님 숨결”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마음에 끌린다는 이유로 옷을 사지 말고, “나 다움을 드러낼 마음에 드는 옷을 아

껴 입고, 물려 입고, 고쳐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옷을 산 뒤에도 다림질이나 

드라이클리닝, 빨래하면서 드는 에너지 또한 환경에 좋지 않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도

 결국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어떤 옷이든 사기 전에 깊게 생각하고, 덜 사는 것을 

강조했다.

미니멀 라이프와 환경 실천에 관한 책 “불편하게 삽시다”를 쓴 권숙현 씨는 자신의 미

니멀 라이프 원칙 몇 가지를 소개했다. ‘우리 집에 깐깐하게 들이기’는 집에 있다면 거

부하고, 마케팅에 속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의 눈물을 대신한 ‘최저가’가 아

니라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오래 두고 쓸 물건을 윤리적으로 소비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이 바뀌면 옷을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고, 혹시 스트레스 때문에 옷을

 사고 싶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길 권했다. 그 자신도 지난 1년 6개월간 옷을

 사지 않았다.

권 씨는 미니멀한 삶을 선택한 뒤부터 물건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집착이 줄면서 딸

의 의견과 삶의 태도를 존중하게 됐다. 그는 “감정도 미니멀하게 되었다”며 미움, 교만, 

과거에 대한 집착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3달에 33개 아이템(옷, 신발, 모자, 액세서리 등)으로 사는 333운동을 소개하며,

 자신이 한 계절에 몇 가지 물건을 쓰는지 점검해 보라고 조언했다.

또 동물성 소재인 가죽, 모피, 울, 실크 등의 소재는 쓰지 않는 비건 패션, 나무 펄프로

 된 티셔츠,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가방, 의류 등 환경을 고려한 패션을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친환경 의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공산품은 없다”고 강

조했다. 면은 친환경적일까? 그는 면화 재배 때 사용하는 비료와 농약, 원단 생산 과정


에서 쓰이는 물 등 “옷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r>27일 종교환경회의가 무소유의 종교철학을 바탕으로 옷을 어떻게 사고 입을지 실천적 대안에 관한 대화마당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권숙현 씨가 강연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불교환경연대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20대 평범한 직장인 최수안 씨는 적은 옷으로 다양하게 코디하는 법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 매달 화장품, 가방, 신발, 옷을 샀었다며, 당시 옷장은 가득 차도, 정작 입을 옷

이 없어서 허망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소비 습관은 삶의 전반에도 영향을 주었고, 작은

 원룸이 물건으로 채워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의 그는 유행하는 스타일보다는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사고, 

좋은 제품을 오래 깨끗하게 입는다고 했다. 새로운 옷을 사기 전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과 어울리는지 고려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옷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을 또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하니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 씨는 “충동을 배제하고 비우면서, 자신이 가장 편안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 깨

달았다”며 사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게 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연 뒤 토론 시간,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대량 생산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지

에 관해 고민했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변택주 씨는 한 시즌 

입고 버려지는 옷이 아니라 정체를 아는 옷,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옷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을 오래 기울여야 대량 생산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환경회의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환경운동단체가 모인 연대체다.

 다음 종교인대화마당은 9월 28일 음식을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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