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 협력의 해-목마른 하느님(하)

작성자 : 에우제니아    작성일시 : 작성일2014-04-15 18:16:39    조회 : 377회    댓글: 0


생명 품은 물 보전은 곧 하느님 창조질서의 보전

 

   세계는 지금 '물 전쟁' 중이다. 중동을 비롯한 아프리카와 남미 등 지구촌 곳곳이 수자원 확보로 인한 갈등으로 편할 날이 없다. 지구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 넉넉히 마음껏 쓸 수 있었던 물이 1990년대 이후 '푸른 금(Blue Gold)'으로 둔갑하면서 세계는 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세계 각국 및 국내 물 분쟁 사례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치열해지는 물 확보 분쟁
 사실 물을 확보하려는 분쟁(전쟁)은 인류가 창조되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역사가 길다. 성경에도 구약시대 아브람과 조카 롯이 물을 찾아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갈라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아브람이 롯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한 혈육이 아니냐?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내 목자들과 너의 목자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 롯이 눈을 들어 요르단의 온 들판을 바라보니, 초아르에 이르기까지 어디나 '물이 넉넉하여' 마치 주님의 동산과 같고 이집트 땅과 같았다"(창세 13,8-10).

 황창연(수원교구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신부는 저서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라이벌'은 라틴어 'Rivalis(같은 강물을 사용한다)'에서 유래한 말"이라며 "같은 강물을 쓰는 사람은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아프리카 나일강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물 확보를 위한 전쟁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1951~1953년, 1964~1966년 요르단강 물줄기를 바꾸려는 계획 때문에 두 차례나 전쟁을 치렀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요르단강을 함께 쓰는 레바논과 요르단, 시리아에 강에 손을 대는(댐 건설 등) 즉시 폭격을 감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어서 언제 다시 전쟁이 날지 모른다.

 아프리카 세네갈은 북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모리타니와 물 분쟁 우려 때문에 양국 관계를 고려해 댐 건설을 전면 백지화한 적이 있으며, 중국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태국을 흐르는 메콩강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유럽도 독일 바덴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ㆍ헝가리 등 17개국을 따라 흐르는 다뉴브강을 둘러싼 각국의 기 싸움이 존재한다.

 

 #국내 물 분쟁 사례와 바람직한 대안

 예로부터 금수강산(錦繡江山)으로 불릴 정도로 맑은 물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물로 인한 갈등이 드물다. 유엔이 최근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정부와 환경단체 입장이 다르고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현재 국민 대부분은 물 부족의 심각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실 물 부족이나 물로 인한 분쟁은 피부에 와 닿는 이슈가 못 된다.

 하지만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과 1995년 시화호 오염, 2000년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 생태계 파괴, 지난해 팔당 상수원 녹조 등을 겪으며 수질오염 및 수자원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분쟁까지는 아니어도 한강과 낙동강 등 식수원인 강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은 엄연히 존재한다.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ㆍ충청도ㆍ경기도ㆍ서울을 지나 경기만으로 흐르는 한강만 하더라도 상류지역(강원도)과 하류지역(인천시) 간에 갈등이 존재한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대구시와 하류지역인 부산시의 갈등도 오래된 이야기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강 특성상 상류가 맑아야 중ㆍ하류도 맑다. 상류지역 지자체가 물을 조금이라도 덜 쓰고 덜 오염시키고, 폐수를 깨끗이 처리해야 하류지역 지자체가 수돗물 생산에 드는 비용과 폐수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수자원 이용을 지속가능하게 할 대안은 무엇일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기후변화와 사막화, 하천 오염, 생물 다양성 상실 등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 모두 이러한 환경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생태적 위기를 다른 관련 문제와 분리해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순진(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물이 깨끗하다는 것은 물이 나오는 땅이 깨끗하다는 뜻이며, 그 물에 사는 생물과 생태계 역시 건강하다는 뜻"이라면서 "물을 아끼고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는 인식을 생태계 전반, 하느님 피조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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