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한근이 커피 1g보다 싼 나라의 농촌 미래는 없다"

작성자 : 에우제니아    작성일시 : 작성일2014-09-09 15:12:46    조회 : 509회    댓글: 0


“고추 한근이 커피 1g보다 싼 나라의 농촌 미래는 없다”
   
“자연 속에 어우러져 사는 삶이 하느님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 자급자족 공동체가 제가 전하는 복음인 셈이죠.”

최종수(50) 신부는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부가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에세이집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이지출판)를 펴낸 그는 6년 전부터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서 ‘만나 생태마을’을 일구고 있다. 마을에서 ‘블루베리를 따는 신부’로 알려진 최 신부는 유기농 블루베리를 비롯해 된장, 간장, 꽃차 등을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얻고 배추, 고추, 고구마 등도 키워 먹는다. 땅에 뿌리는 모든 거름은 쌀겨와 싸라기 등을 먹은 돼지에게서 얻는다.

최 신부는 “환경오염으로 땅과 바다가 죽어가고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 많은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며 “생태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인간에 의해 훼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때 인간의 삶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신부는 이런 생각을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에 담아냈다. ‘만나 생태마을’에서 이웃 노인들과 먹을 것과 일손을 나누며 정답게 사는 일상의 이야기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한다. 책에는 이곳에 생태마을을 만들기 전 전주 팔복동 성당 마당에서 텃밭을 일궜던 경험과 페루 패카마을 등에서 공동체 연수를 받으며 느꼈던 감상도 담았다. 특히 ‘이슬을 품고 자라난 구철초/형님과 도란도란 꽃을 땄습니다//노란바구니에 쌓이는 향기들/잡초 속에서 피워 올린 사랑/인생의 밭에서 피어나는 꽃도 그러하겠죠’란 에세이집 속 그의 시 ‘당신의 향기’ 한 구절은 농촌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잘 드러낸다.

최 신부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며 하늘의 이치에 순명할 줄 아는 농부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고추 한 근이 커피 1g보다 싼 나라에서 한국 농촌의 미래와 희망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촌을 살릴 정책과 지원이 없다면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은 급속도로 몰락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깊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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