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낙동강 바라보며 교회 역할 고민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5-11-27 08:48:24    조회 : 372회    댓글: 0


[주교 사목현장 체험] 4대강 사업 현장(칠곡보~내성천)
 
신음하는 낙동강 바라보며 교회 역할 고민

4대강 사업 폐해 직접 목격
피해 농·어민 만나 증언 들어


발행일 : 2015-11-15 [제2969호, 11면]


올해 주교 사목현장 체험 두 번째 프로그램인 4대강 사업 현장(낙동강) 방문은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과 내성천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죽어가는 강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염수정 추기경(서울), 김희중 대주교(광주), 조환길 대주교(대구)를 비롯한 12명의 참석 주교들은 11월 6일 낙동강 칠곡보에서 경북 예천 내성천까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4대강 사업 이후 나타나고 있는 각종 폐해들을 직접 목격하고 피해 농·어민의 증언을 들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을 비롯한 환경활동가들이 동행했다.

이날 현장 체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강조한 통합생태의 의미를 되새기며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됐다.

칠곡보- 녹조라떼와 침수피해

주교들은 6일 오전 10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모여 시작전례를 바치고 가장 먼저 칠곡보를 찾았다. 보에 갇혀있는 물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녹조라떼’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이었다.

낙동강에서 57년째 조업해온 어민 유점길(71)씨는 “마치 페인트를 부어 놓은 것처럼 녹조가 심해 낙동강에 아예 고기가 없다”며 “하루에 두세 마리도 잡기 힘들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피해를 입기는 농민도 마찬가지. 보로 인해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면서 제방 안쪽 농경지의 지하수위도 상승해 침수피해가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에는 자연배수가 이뤄져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배수펌프를 이용해 물을 퍼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농민의 말에 주교들은 함께 마음 아파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깨달았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자연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 추억을 전하면서 “자연을 이용만 하는 것은 인간의 교만”이라며 “인류 공동의 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나가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자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칠곡보 인근 농민으로부터 침수피해에 대해 듣고 있는 주교들.


 ▲ 첫 행선지로 칠곡보를 찾은 주교들. 입동을 앞둔 11월임에도 심한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평습지- 망가진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를 제외하면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이름이 높았던 해평습지. 넓은 모래톱과 얕은 물길이 아름다웠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주교들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래톱은 사라지고 호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철새도래지’라는 안내판 너머 어디에서도 철새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지구는 인류 공동의 집인데, 얼마나 망가졌는지 직접 보게 됐다”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실질적으로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구미 해평습지를 찾은 주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낙동강 철새도래지’ 안내판 너머 어디에도 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감천 합수부- 역행침식과 새로운 희망

이어서 주교들이 걸음을 옮긴 곳은 감천 합수부. 낙동강과 지천인 감천이 만나는 곳으로 4대강 사업 당시 역행침식(낙동강 준설 영향을 지천이 받는 것으로, 지천의 강바닥과 제방 등의 침식이 상류로 거슬러 이어지는 현상)이 크게 일어났던 지역이다. 이로 인해 수차례 추가 공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교들은 망원경을 통해 해평습지에서는 보지 못한 철새들 무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6m 깊이로 준설한 자리에 다시 모래가 쌓여 새로운 생태적 거점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모래톱이 다시 형성되면서 찾아온 왜가리 등 철새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정 사무처장은 “보를 허물고 강이 다시 흐르기만 한다면 이전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생명의 공간으로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설명을 듣고 현장을 보니 더 실감이 난다”며 “환경문제는 미래를 보고 후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대로 살아가며 공동의 집인 지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머리를 맞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정수근 사무처장의 설명을 들으며 망원경으로 철새들을 관찰 중인 주교들. 왼쪽으로 공사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


모래의 강 내성천

마지막으로 주교단이 방문한 곳은 모래톱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북 예천 내성천. 생태계가 온전히 살아있는, 우리 강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하천이다. 하지만 이곳마저 영주댐 공사 영향으로 모래톱에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는 육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교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맨발로 내성천을 거닐었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사라지게 될 내성천을 몸으로 직접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자연은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더불어 사는 터전이다. 교황님께서도 회칙을 통해 인간만을 위한 자연 이용은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더불어 자연보호를 위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오늘 체험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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