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없는 나라, 같이 만들어 볼까?

작성자 : 에우제니아    작성일시 : 작성일2014-04-07 22:09:32    조회 : 463회    댓글: 0


핵발전소 없는 하느님 나라, 같이 만들어 볼까?

수원교구, 탈핵 주제로 어린이 · 청소년 대상 환경잔치 열어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좀만 더 빨리 돌려봐. 조금만 더!” “와, 분수가 나온다!”

동그란 눈동자에 장난기 가득한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의 재촉을 받으며 자전거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금세 어른 키만 한 높이로 분수가 치솟았다. 바로 옆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솜사탕을 만들었다. 페달을 돌리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솜사탕은 크게 부풀었다. 페달을 밟는 힘이 자전거에 연결된 발전기에서 전기 에너지로 바뀌고, 그 힘으로 솜사탕 기계가 작동하는 원리였다. 같은 원리로 다른 자전거에서는 음악을 틀고, 휴대폰을 충전하고, 전구에 불을 밝혔다.


지난 15일 오후 수원교구 정자동 주교좌성당 마당에서는 어린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지구를 살리는 체험의 장이 열렸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환경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신부)가 주최한 ‘천주교 수원교구 생명을 지키는 환경잔치’에서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의 주제는 ‘함께 만들어요! 핵 없는 세상!’이었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았던 자전거 발전기 체험은 핵발전을 대신할 대체에너지를 쉽게 알리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자전거 발전기뿐만 아니라 태양열로 음식을 익히는 태양열 조리기도 설치됐다. 가스레인지나 전기를 이용하는 가열기구 없이 계란이 가득 든 냄비의 물이 끓어 김이 오르자 신기한 마술을 보는 듯 까만 눈동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냄비로 쏠렸다.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도 참가자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 지도 그림을 바닥에 깔고,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점에 오른 볼링핀을 공으로 쓰러뜨리는 ‘탈핵 볼링 게임’은 놀이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공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핀이 하나 둘 쓰러질 때마다 공을 던진 참가자는 물론 지켜보는 친구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올림픽 경기 못지않은 긴장과 재미를 느끼는 표정이었다.

수원교구 원삼성당 주일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김아영 양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으로 ‘핵발전 퀴즈’를 꼽았다. 김 양은 “대체에너지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새롭게 알게 된 대체에너지의 종류와 핵발전의 위험을 설명하던 김 양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탈핵운동과 시위에도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가 놀란 눈으로 “정말이야?”라고 묻자, 김 양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답했다.

반대편 부스에서는 파릇한 모종 화분들이 제 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물머리 농민들이 봄이 오기 전부터 기른 딸기 모종이다. 소화초등학교 학생 장채연 양은 부스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손에 쥐고 있던 3천 원을 내고 모종을 받았다. 고민한 이유를 묻자 장 양은 “귀한 생명을 시들지 않게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양기석 신부는 “후쿠시마 3주기를 돌아보고, 핵발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양 신부는 특히 지난해 주교회의가 탈핵에 대한 교회의 의지를 표명한 것에 발맞춰 교구 차원의 탈핵 행사를 연 것에 큰 의미를 뒀다.

무엇보다 이번 탈핵 행사는 그동안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방식에서 벗어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친환경적인 삶을 재미있고 친근한 방식으로 접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양 신부는 “지금은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로만 인식하는 것 같지만, 핵발전 대신 다른 방식으로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신부는 체험과 문화행사가 끝난 후에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핵발전이 무엇이고, 교회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쉽게 설명하려 애썼다.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한설민 수지본당 주일학교 교사는 “본당에서도 이런 활동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름답던 마을이 핵실험으로 파괴된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그는 “행사가 열리기 전에 학생들이 주일학교에서 핵발전에 대한 기본 설명을 듣고 참여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매년 열려서 깊이를 더해가기를 기대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환경위원회에서는 오는 봄에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환경과 탈핵을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생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