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대안미래는 없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12-16 14:10:58    조회 : 279회    댓글: 0


모두에게 좋은 대안미래는 없다

등록 :2017-12-12 17:47

 

2017년 9월25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의사당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 전정윤 <한겨레> 기자

2017년 9월25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의사당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 전정윤 <한겨레> 기자

“자본주의에는 미래가 있는가”
위기의식이 대안미래 논의 촉발

 


미래학자·하와이대 정치학 박사(미래학)

미래학자·하와이대 정치학 박사(미래학)
앞으로 미래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개인의 삶과 사회의 관계를 밝히고 바람직한 사회를 전망하는 다양한 대안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가장 활발한 담론 중의 하나가 “대안미래”이다. 예를 들면, “미래사회, 사회적경제와 창조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공동체, 자본과 국가 넘어선 대안사회”, “시장자본주의 대안은 산촌자본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으로서의 생태사회” 등이 그것이다. 대안미래에 대한 논의는 현재의 사회를 개선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강한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우리는 대안미래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력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내적 욕구와 욕망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욕구와 욕망 이면에는 사회적 조건과 인간적 동기가 있다. 사회적 조건이 급작스럽게 변화하고 동기가 강할수록 미래욕망은 커지고 다양한 상상력이 전개된다.
대안미래에 대한 담론은 기존 사회의 해체와 붕괴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이 고조되었을 때 주로 등장한다. 대안미래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사회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19~20세기에는 빈부격차, 불공정거래, 황금만능주의, 인간소외 등과 같은 자본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민중이 주인되고 평등하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만들려는 실험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고장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봇물처럼 터졌다. 1990년대 구소련의 해체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경제가 전지구적 수준에서 제도적 붕괴를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기본소득이 사회보장의 대안적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모든 개인에게 일정량의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저성장에 따른 높은 실업률과 생활의 불안정성, 로봇·인공지능(AI)·자율주행차·3D 프린팅 등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그리고 다양한 재분배 정책을 실행함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의 심화 등에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 엘리트들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를 주장한다. 미래사회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유토피아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은 사회가 완전히 자동화되고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탈 임금노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대안미래들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이다. 우리는 어떻게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상상할 것인가? 우리는 석유 생산이 최고점에 이르는 “피크 오일”(peak oil) 이후 시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보화 사회 혹은 디지털 사회는 어떻게 변동할 것인가? 지속가능성, 공동체, 자급자족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는 달성될 수 있는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포스터 출처: http://fullyautomated-luxurycommunism.tumblr.com/image/155166786963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포스터 출처: http://fullyautomated-luxurycommunism.tumblr.com/image/155166786963

가능한 미래? 올법한 미래? 바람직한 미래?
우리가 맞을 미래는 어떤 미래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대안’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대안 학교, 대안 관광, 대안적 발전모델 등이 있다. 대안 학교는 기존의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선생님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 타율적이 아닌 자율적인 학습활동을 통하여 교육의 다양성 확보와 학생들의 인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다른 형태의 학교교육을 의미한다.
대안관광은 전통적인 대중관광이 야기하는 부정적인 문제를 타파하고 지역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광형태를 말한다. 생태관광, 자연관광, 촌락관광, 녹색관광 등이 이에 속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대안’이라는 것은 현재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안미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미래학적 관점에서 대안미래는 모든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s), 올법한 미래(probable futures), 그리고 바람직한 미래(preferable futures)로 구분된다. 이 세 가지 종류의 대안미래는 장래에 일어 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복수 미래를 가리킨다. 하나의 미래가 아닌 복수의 미래를 강조하는 것은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단 하나의 비전만을 제시하게 되면 다양한 미래 발전경로를 무시하게 된다. 단 하나의 확정된 미래는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나 결과를 제대로 대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다른 의견을 담아낼 수 없다.
‘대안미래’라는 용어를 체계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발전시킨 미래학자는 미국의 허만 칸(Herman Kahn)이다. 그는 ‘만약~ 한다면' 과 같은 가정문 원리를 미래 현상에 도입하였다. 칸은 대안미래의 개념을 체계화하기 위해 게임이론, 시스템 분석, 비용효과 분석기법을 적용하였다. 그는 특정 가정 아래 특정 유형의 모종의 미래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대안미래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미래학자 허만 칸(Herman Kahn). 위미키디어 코먼스

미래학자 허만 칸(Herman Kahn). 위미키디어 코먼스

대안미래 연구의 길을 개척한 로마클럽‘성장의 한계’

대안미래 개념의 선구적인 업적은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1972)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경제와 환경 분야에 있어 세계 미래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시나리오 예측을 한 연구이다. 끝없이 추구되는 경제발전과 지속되는 인구성장이 어떻게 세계를 심각한 위험?자원부족, 환경파괴, 경제위기 등?에 빠뜨리는지 잘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로마클럽 보고서는 환경 및 인간사회를 붕괴를 초래하는 기존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이라는 지배 담론에 반대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안하였다.
1973년 ‘캐나다 과학위원회’가 『캐나다 천연자원 정책이슈(Natural Resource Policy Issues in Canada)』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보전 사회(conserver society)’도 대안미래의 좋은 사례이다. 보전사회란 과도한 생산과 소비사회에 대응하는 뚜렷한 대안미래로, 환경과 경제성장의 균형발전을 촉구한다. 보전사회는 또한 지속가능한 인간사회를 위해 불평등 감소와 중앙 집권화된 권력의 분산을 강조한다. 이것은 녹색운동과 관련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과시적 소비를 비판하고 있다.
제임스 로버트슨(James Robertson)은 자신의 저서인 『건전한 대안: 미래에 대한 선택(The Sane Alternative: A Choice of Futures) 』에서 5가지 시나리오의 전형을 대안미래라고 정의하였다: 첫째, `여느 때와 다름없는’ (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 둘째, 재앙 (disaster) 시나리오, 셋째, 전체주의적 환경보호 (totalitarian conservationist) 시나리오, 넷째, 고속 성장 미래(hyper-expansionist future) 시나리오, 다섯째, 건전하고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미래(sane, humane, and ecological future) 시나리오 등이다. 짐 데이터(Jim Dator)도 로버트슨과 같은 맥락에서 1) 지속 성장, 2) 붕괴, 3) 보존 사회, 4) 변형 시나리오를 제시였다.

 

『건전한 대안: 미래에 대한 선택(The Sane Alternative: A Choice of Futures)』(1983) 표지

『건전한 대안: 미래에 대한 선택(The Sane Alternative: A Choice of Futures)』(1983) 표지


누구에겐 좋은 미래가 누구에겐 나쁜 미래일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적 논의들에서 대안미래는 어떤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보편적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대안미래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바람직한 사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 가정의 일부는 사실이다. 대안미래는 미래에 대한 이해력과 통제력을 향상시킨다. 대안미래에 나타나는 미래상은 사회변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이러한 미래상은 미래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의 행동을 자극하고 격려한다. 대안미래에서 제시하는 가치와 미래상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현실중심적인 생각을 지양하게 한다. 그리하여 현실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안미래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집단이나 지역에 바람직한 대안미래로 간주되었던 것이 다른 집단이나 지역에는 가장 나쁜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세기 미국의 신대륙은 이주 유럽인들에게 신세계였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주 유럽인들의 꿈은 재앙이었다. 1940년대 아시아 통합을 추구했던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비전은 식민지 한국인들에게는 억압·차별·수탈을 강요하는 착취체계를 고착화시켰다. 히틀러 시대에 모든 독일인의 통일의 꿈인 ‘게르만 민족주의’는 유대인들에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대변되는 대량학살의 이념이었다. 이란의 시아파 회교주의 꿈은 또 다른 권위주의적 디스토피아가 된다. 동유럽과 옛소련의 탈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유토피아적 꿈은 무질서와 부패로 인하여 민중들에게는 빈곤이라는 최악의 사회였다.
이처럼, 대안미래의 한 형태인 유토피아와 꿈은 특정한 사회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편적인 사상과 실천은 아니다. 대안미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집단과 지역에 따라 이해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다.

손현주/하와이대 정치학박사(미래학)
wungang@gmail.com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23192.html#csidx4b00f3083eef5d9a99b94d7d272d92a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