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은 부자의 선행 수단이 아닙니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7-02 17:25:31    조회 : 336회    댓글: 0

 

"빈민은 부자의 선행 수단이 아닙니다"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현장 실습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
승인 2018.06.26 17:02 | 최종수정 2018.07.02 16:11


서울대교구 신학생들이 사회사목 실습에 참여해 다양한 사목 현장을 찾았다.

6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4학년 신학생 26명이 참여했으며, 경찰사목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등 사회사목국 내 12개 위원회 가운데 관심분야를 선택해 체험했다.

이 가운데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팀에는 박배원, 박상호, 이준혁, 최지영 신학생이 참여했으며,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월성 핵발전소(탈핵), 성주 소성리(사드),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생태), 낙동강 유역 4대강 사업 현장(환경), 안동교구와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분회(농촌) 등 사목 현장을 찾았다.

21일, 다음 날 4대강 사업 현장인 칠곡보, 영주댐 등을 찾기 위해 왜관 베네딕도수도원에 모인 신학생과 사제들은 4대강 사업 현장을 기록해 온 생태사진작가 박용훈 씨의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신학생들은 사목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해 “사실 사회사목 분야에 대해 모르고 왔거나, 한 분야 정도 개인적 관심을 갖고 왔다”면서도, “직접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본당 밖에도 사목의 현장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본당사목만 생각했고, 뉴스를 보면서 관심을 가져도 피상적인 내용들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가난한 이들은 부자들의 선행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하느님의 사랑을 똑같이 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야 합니다. 예수를 따르려고 사제의 길을 선택했는데, 그 길을 따르지 않으면서 신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빈민사목의 현장에서 ‘가난’은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왜 거대한 기업,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싸움은 사적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4대강 현장을 찾기 앞서, 신학생들이 박용훈 사진작가로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현진 기자

각각 위원회 별 체험을 마친 신학생들은 25일, 전체 모임을 갖고 일주일간의 체험을 나눴다.

신학생들은 연수에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막상 참여하니 다양한 지역과 현장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정말 좋았다면서, 무엇보다 하느님나라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사회복지위원회를 통해 노숙인, 탈북자 가족, 이주민 등을 만난 신학생들은 “그들에게 다가갈 때, 우리의 생각과 상식으로 다가가서는 안 되고, 예수가 가난한 이들의 손을 잡았던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빈민사목위원회 선교본당에서 일손을 도왔던 신학생들은 “빈민은 경제적인 어려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정신적 빈곤에서도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본당에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이들을 주로 만나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도울 때, 그들이 스스로 공동체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노동사목위원회를 통해 삼성 직업병 피해자, 콜트콜텍 해고자 등을 만난 신학생들은 “그들이 왜 싸우는지, 동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것은 세속적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며, “신학과 사목을 배우고 사는 것은 단시간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쁜 상황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무관심을 반성하고, 앞으로 사목자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또 목소리를 함께 내겠다”고 말했다.

 
낙동강 칠곡보에 가기 전, 4대강 사업의 결과, 무분별하게 생긴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현진 기자

이주노동자들을 만난 신학생들은, 모르는 사이 인종차별적 태도를 갖고 있었던 것을 반성했다.

이번 실습에는 외국인 신학생 두 명도 참여했다. 중국인 신학생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회사목을 중국 교회에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교회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확신과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미얀마 신학생은 이번 실습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며, “나 자신도 유학을 온 외국인으로서 더 어려운 외국인들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습 결과 발표에 참석한 나승구 신부(빈민사목위원장)는 신학생들에게, “선배 사제로서 그동안 최선을 다했는지 신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웠다”며, “실습과 체험은 간혹 독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의 체험이 도움이 되려면 우리 안에 체화되어야 하고, 정체된 경험이 아니라 새로워지는 모든 사람과 사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습에 동반한 이광휘 신부(사회사목국 부국장)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신학생들이 바른 지향과 생각을 갖고 현장에서 진실을 보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려는 모습을 봤다”며, “신학생들에게 세상을 알고자 하는 큰 갈망이 있다. 현장을 접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본당과 신학교 생활 외에 신학생들이 더 많은 사목의 장을 미리 접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학기 중에도 주말을 이용하거나, 방학을 본당 활동과 사목 실습으로 나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사회사목뿐 아니라 다양한 사목 현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경험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신학생 사회사목 실습은 1997년부터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시작됐으며, 2000년 즈음 다른 사회사목 분야로 확대됐다. 또 지난해부터 실습 일정을 5일에서 8일로 늘렸다.

 
노동사목위원회를 통해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싸우고 있는 반올림 농성장을 방문한 신학생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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