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발 셀프 그린뉴딜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5-01 16:52:42    조회 : 127회    댓글: 0

[녹색세상]동네발 셀프 그린뉴딜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돈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게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은 플라이스토세에 멸종한 ‘히포포타무스 고르곱스’ 같은 존재다.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내 친구도 같은 심정을 토로했는데, 동창회에서 나만 못 알아먹는 주식 이야기를 듣다 멸종위기종이 된 것 같았다나. 우리는 투자할 돈이 없어 잃을 것도 없어서 속은 편한데, 가끔 노후가 두렵다고 했다. 나는 10년차 비영리 단체 활동가로서 최저임금 언저리의 월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직자가 되고서야 그것마저도 정규직의 사치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환경단체를 그만두고서 내가 번 돈은 월 20만원이었다. 동시에 지역건강보험료, 기타소득세 등 낼 돈도 20만원이었다. 나는 고지서를 들고서 햄릿처럼 절규했다. 취직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결국 일주일에 3일 일하는 환경단체에 다시 취업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우리 동네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자기 용기에 장 보는 플라스틱프리 활동을 했다. 2년여 그냥 하고 싶어서 했고 그 일로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썼다. 직업이자 취미가 돈 안 되는 환경 일이라니, 이 빌어먹을 취향 탓 아니겠는가. 나름 재미있고 좋았는데 1년 전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내면서 돈 생각을 하게 됐다. 망원시장 활동을 통해 만난 우리는 화장품과 세제를 리필하는 가게를 기다리다 결국 직접 차리기로 결심했다. 오픈 전 가게가 망하면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서로 털어놓았다. 그때 공동대표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제발이지 이 일로 먹고살고 싶어요. 돈 때문에 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꿈꾼 생계 임금의 목표는 월 200만원이었다.

이렇게 일년 전 ‘어쩌다 사장’이 되었다. 사업 목표는 우리 스스로 이 일로 먹고사는 것,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죄책감 없이 쇼핑하는 것이다. 전 세계 그린뉴딜의 핵심은 탄소를 만들어 돈이 되는 현 산업체계를 탄소를 줄이는 다른 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우리는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방식을 실천하면서 그것을 통해 생계를 해결한다. 석유화학공장을 신재생에너지 단지로 바꾸고 내연 자동차를 수소차로 전환하는 대규모 그린뉴딜을 지지하지만, 동네 주민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차원은 아니다. 하지만 탄소를 줄이는 생활방식을 동네에서 알리고 그 일로 돈을 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그린뉴딜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매립과 소각 분야에 비해 재사용 사업의 경우 200배, 재활용 사업의 경우 50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또한 유럽 10개국에 속한 268곳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조사한 결과 2030년까지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상점 1곳당 1t 정도의 포장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우리가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은 현재 외부 지원 없이 약 5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은 일도 모르고 통장잔액은 노후가 두려운 수준이지만, 뭐 이 정도면 성공한 쓰레기 ‘덕후’이자 셀프 그린뉴딜 아닌가. 아 그렇지. 우리 같은 쓰레기 덕후들을 위해 서울시 기후환경분야 청년녹색일자리가 열렸다. 서울청년포털에서 5월11일까지 39세 미만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환경 일로 먹고사는 삶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이 글이 닿기를.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300300045&code=990100#csidx7a55a109fa1c06e986978dc29f46fa0 onebyone.gif?action_id=7a55a109fa1c06e986978dc29f46f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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