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가들은 왜 두산중공업에 녹색 페인트를 부을 수밖에 없었나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7-18 15:55:50    조회 : 132회    댓글: 0

기후활동가들은 왜 두산중공업에 녹색 페인트를 부을 수밖에 없었나

김한솔 기자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왼쪽)와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지난 2월 두산중공업 본사 앞 ‘DOOSAN’ 조형물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왼쪽)와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지난 2월 두산중공업 본사 앞 ‘DOOSAN’ 조형물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의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 설치된 ‘두산(DOOSAN)’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가 뿌려졌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와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초록색으로 변한 로고를 밟고 올라가 미리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펼쳤다. “최후의 석탄발전소 내가 짓는다!”라고 적힌 현수막이다.

이들이 뿌린 녹색 스프레이는 물청소로 모두 닦여나갔지만, 두 사람은 재물손괴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일 수원지법으로부터 5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이씨가 300만원, 강씨가 200만원이다. 이들은 이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판부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왜 두산중공업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굳이 정식 재판까지 거치기로 한 것일까. 경향신문은 15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기습시위를 한 배경에는 한국이 해외에 건설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에 자와 9·10호기를, 베트남에는 붕앙2 라는 이름의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 두 사업의 시공사가 두산중공업이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우리나라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우리나라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강 대표는 지난해까지만도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소 수출을 철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 발효되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지구 전체의 과제가 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사업이잖아요. 계속 물고 늘어져 문제제기를 하면, 취소될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부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 신규로 짓는 석탄 발전소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짓지 않겠다”는 정도의 선언을 하는 데 그쳤다. “국가가 겉으로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기업들도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을 수주하고, 국가는 그것을 허용하는 부조리를 그냥 침묵하고 있을 순 없었어요”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기후위기 앞에서) 뭘 하겠다는 말입니까’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기후위기 앞에서) 뭘 하겠다는 말입니까’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장 앞에서 ‘국내 및 해외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며 15일 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 위원장 역시 정부가 겉으로는 ‘2050 탄소중립’ 을 선언하며 ‘생색’만 내고, 실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장은 “산업계 전환이나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지, 재생에너지 전환 등 정부가 책임지고 결단해야 할 것들에 대해 뒷짐지고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은 정부가 그린뉴딜이 포함된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한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위원장은 그린뉴딜 성과에 대해 “달리기 할 때 출발선에서 신발끈 매는 시늉 정도를 했다는 느낌”이라며 “코로나보다 기후위기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텐데, 정부가 아직까지도 ‘미래 기술’ 같은 불확실한 영역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 대표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우리 정부가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는 활동가 및 전문가들과 대중들간 인식 차만 계속 커지는 것 같다”는 얘기다.

기후활동가들의 기습시위가 끝난 뒤 물청소로 다시 회색이 된 두산중공업 로고 조형물.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기후활동가들의 기습시위가 끝난 뒤 물청소로 다시 회색이 된 두산중공업 로고 조형물.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문제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의 직접행동은 세계시민으로서 인권과 기후정의를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정식재판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의 ‘녹색분칠(그린워싱)’을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51546001#csidx939770977f4912da4b8e69d3535e830 onebyone.gif?action_id=939770977f4912da4b8e69d3535e83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