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세계 보전은 보수적인 교단이라고 게을리할 수 없는 일”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9-20 20:28:36    조회 : 132회    댓글: 0

<2부> 새로운 교회의 길 (16) 예장합동 환경운동의 기수 송준인 청량교회 목사

입력 : 2021-09-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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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인 목사가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 본당 강단 장식을 위해 마련한 조화를 가리키며 환경보전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소속인 송준인 청량교회 목사(63)는 보통의 예장합동 목사와는 색다른 이력을 지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에서 1999년 생태신학을 전공해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교단 목회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였다.

2001년 서울 동대문구 청량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부임 이듬해 6월 첫 번째 주일을 ‘환경주일’로 정했다.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과 가장 가까운 날을 환경 주일로 선포한 것이다. 예장합동 교회 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10일 교회에서 만난 송 목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끼고 보전하는 일은 모든 기독교인의 책임으로 보수적인 교단이라고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임 초부터 지속해서 환경보전을 강조하며 교인들과 함께 창조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환경보전이 낯설었던 교인들에게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2002년 6월 2일 첫 환경 주일 예배 때 했던 설교를 두고도 말이 나왔다. 한 성도가 “저게 무슨 설교야. 강연 같은데”라고 갸웃거렸단 말을 시간이 지나 들었다고 한다. 강단권은 목사에게 있으니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 있게 환경보전을 강조하며 ‘환경절제부’까지 만들었다. 적극적인 환경운동을 위한 시도였다. 이 또한 예장합동 교회에서 보기 힘든 일이다.

‘환경절제부’라고 쓰인 푯말 모습.

환경절제부는 ‘쓰레기 분리수거’ ‘아나바다’ ‘교회 식당 남은 음식 안 남기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검소한 강단 장식’ 등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청량교회 강단 장식에는 생화가 아니라 조화가 사용된다.

교회학교 아이들에게도 환경교육을 시행했다. 환경 주일마다 표어 짓기와 환경 글짓기, 그림 그리기 등을 통해 어릴 때부터 ‘환경 감수성’을 키워줬다. 환경 주일을 홍보하는 포스터도 별도로 제작하지 않는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에서 다회용 환경보호 포스터를 빌려와 교회에 건다. 송 목사는 예장합동 소속으로는 유일한 기환연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회를 둘러싸고 있던 120m 길이의 담벼락도 서울시의 후원으로 허물고 화단을 만들었다. 주민들도 “청량교회가 환해졌다”며 반색했다. 2007년에는 서울시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점검한 뒤 교회 전등을 모두 LED로 교체했다. 2016년에는 교회 로비 출입문도 이중구조로 개조해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풍실을 만들었다.

송준인 목사가 자신의 사무실 LED 전등을 가리키고 있다.

교인 중 100가정 정도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에코 마일리지 적립’ 캠페인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이 캠페인은 지난해와 올해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해 서울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송 목사는 사택에 태양광 발전기도 달아 매달 1만원의 전기세를 절약하고 있다.

청량교회의 이런 도전은 주변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13년 기환연은 청량교회를 녹색교회에 선정했다. 송 목사는 “사실 우리 교회가 환경보전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한 건 아니다”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적은 노력을 했다. 다만 환경보전을 하겠다고 교회 안에 또 다른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장로님들을 비롯해 교인들과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환경보전이야말로 성경적인 운동이라고 했다. 그는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는 로마서 8장22절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2000년 전 사도 바울에게 자연의 신음을 듣는 생태 감수성이 있었다”며 “당시가 신음이었다면 지금은 통곡으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보전 운동을 거부한다면 결국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 목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나님이 애굽에 내린 10가지 재앙을 예로 들었다. 송 목사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재앙이 악질과 독종인데 이중 악질은 가축에게만 임했고 독종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종기가 나는 것으로 인수 공통 감염이었다”며 “3500여년 전 애굽에 내린 재앙을 반면교사 삼아 창조세계와 더불어 살기 위해 이제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로 더 늦기 전 하나님이 주신 낙원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자”고 권했다.

송 목사는 현재 총신대 평생교육원 조직신학 교수이기도 하다. 생태신학 전문가다 보니 총회나 대학에서 환경보전과 관련한 강의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강조하는 게 있다.

“예장합동 총회가 그동안 환경보전 문제에 관심이 부족했던 건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장합동이야말로 환경보전 운동의 블루오션인 셈입니다. 환경 문제를 지엽적인 문제로 봐서는 안 됩니다. 전인적 복음을 향한 첩경이며 성경이 우리에게 준 사명이기도 합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9320&code=23111111&sid1=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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