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내 주요 3당의 ‘기후 예비후보’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녹색정의당, 왼쪽부터)과 박지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혜림 전 에스케이(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국민의힘)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는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슈화할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방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국회 원내 주요 3당의 ‘기후 예비후보’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녹색정의당, 왼쪽부터)과 박지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혜림 전 에스케이(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국민의힘)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는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슈화할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방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희망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2030년까지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3660만t으로 낮춰야 한다. 지금(2022년 기준 6억5450만t)보다 배출량을 무려 33.3%나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6년.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기후위기 해결에 있어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란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오는 4월10일 총선에서 당선되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2030년으로 가는 주요 문턱에서 각 정당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겨레는 지난 13일 원내 주요 3당이 ‘기후후보’로 영입한 예비후보인 정혜림 전 에스케이(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국민의힘), 박지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녹색정의당)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 사람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원전) 확대 문제 등에 대해 소속 정당에 따라 이견을 보이면서도 “기후위기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의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제작해 유튜브 ‘한겨레 영상뉴스’ 채널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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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혜림(이하 정) “녹색 산업 전환과 에너지 기술 개발 전략을 연구하던 연구원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에너지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중요한 이슈인데도 산업적 관점에서 기후 어젠다를 이끌 사람이 보수 정당에 없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국책연구원 시절 ‘2050년까지 현역으로 일하고 있을 사람이 너밖에 없다’란 농담을 들었을 때 이 일을 그때까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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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이하 박) “기후소송, 탈석탄 캠페인 등에 참여해왔다. 21대 국회가 큰 기후 목표를 정하긴 했는데 이후 진전이 없었다. 과제들은 많은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국회 내에서 기후 이슈를 더 끌고 갈 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민주당에서) 해주셔서 공감했고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조천호(이하 조)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 동안 일하다 5년 전 은퇴했다. 은퇴하면서 진보적인 정당에 가입해 지역에서 자그마한 활동을 해봐야겠단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전에 녹색당, 정의당 두 정당에서 들어오란 얘기가 있어서 ‘두 당이 합치면 들어가겠다’고 해왔는데, 이번에 진짜 둘이 합치길래 들어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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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대기과학자 조천호(63)씨.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냈으며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로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대기과학자 조천호(63)씨.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냈으며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로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기후위기에 대한 각 당의 태도를 평가하면?

 “기후위기의 본질은 잘 사는 사람들의 과잉 욕망으로 우리의 물질적 유한성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질적 한계를 고려한 새 세상을 꿈꾸고 상상해내야 한다. 불평등을 없애고 정의로움을 구축해야한다. 그게 바로 ‘녹색정의’다.”’

 “국민의힘도 많이 달라지려 하고 의지도 많다. 기후 의제를 앞에서 끌고 가지 못했다는 내부 인정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한다.”

 “정당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어젠다가 되려면 지지 기반인 당원들이 요구하고 의원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미 21대 임기 때 그런 과정을 거쳤더라. 시·도·당에 설치하는 필수위원회에 탄소중립위원회를 넣고, 정강 정책이나 조직에도 반영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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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의제화할 생각인가?

 “(핵 발전을 포함한) 무탄소전원을 어떻게 확대할지, 탈석탄 과정에서 지역 경제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다. 국민이 기후 문제에 더 공감하고 참여하게 하고, 경제성장 동력으로 탄소 감축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고민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많은 분들이 말씀하고 있다. 관련 공약도 곧 나올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라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대표적인 게 탄소세와 탄소배당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위기를 겪게 한 (책임이 있는) 이가 배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걷은 자금을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전환에 쓰고 기본소득이나 탄소배당의 재원으로 쓸 것이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 등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해 지구의 위기도 막고 불평등을 없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녹색정의당의 존재 이유다.”

―최근 ‘기후정치바람’의 1만7천명 대상 기후인식조사에서 탄소세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높았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민되는 정책 대안이라 생각한다. 일단 우린 배출권 거래제를 갖고 있다. 이 제도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73%를 관리한다. 이 규제의 강도만 높여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지금은) 배출 허용 총량도 너무 넉넉하고 유상할당도 10%밖에 안 했다. 유상할당 비율만 제대로 높여도 탄소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대한 조여서 할 수 있을 만큼 해보고 안 되면 탄소세도 고려할 수 있다 생각한다.”

정 “국민의힘도 당론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다듬어서 잘 되게 해야한다는 쪽이다. 탄소세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 여론조사가 고무적이긴 했지만 사실 비용을 직접 부담하라고 하면 (답변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같은 조사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대한 서울의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눈에 보이는 문제가 되면 또 달라실 수 있지 않겠나. 기후변화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다가갈 땐 결국 경제 문제와 엮어서 고려해야 한다.”

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국민의힘 기후예비후보 정혜림(32)씨. 에스케이(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 출신이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국민의힘 기후예비후보 정혜림(32)씨. 에스케이(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 출신이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국회에 가면 주로 어떤 일을 하려하나? 1호 법안이 있다면?

 “가장 큰 바람은, 기후위기 대응이란 목표가 명확하니 이걸 여야가 합의해 달성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어느 한 정당의 의제가 아닌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의제라고 생각한다. 또 6월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되는데 알이(RE)100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이 이와 연계해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조 “앞서 말한 탄소세 도입과 함께, 그렇게 모인 돈을 우리 사회의 불평등 완화, 정의를 위해 써야한다고 본다. 분산에너지 관련해서도 재생에너지는 그 지역 자연을 통해 얻는 에너지라는 게 강조돼야 한다. 거기서 나는 이익은 모두 그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 공공적 재생에너지 개발에 잘 신경 쓰지 않는데, 지방정부가 이런 걸 잘 할 체계를 만들고 그 재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박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개발)에 많이 공감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급한 건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이다. 화석연료를 빨리 빼고 빈 자리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한데 생각만큼 화석연료가 빨리 빠지지 않더라. 기존 체계의 관성이 굉장히 심하다 느꼈다.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배출권 거래제에서 전환 부문(발전)에 대해 100% 유상할당만 실시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유상할당 재원은 기후대응기금 재원이니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제도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쓸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탈원전 논란으로 위기 대응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한단 지적이 있다.

조 “유럽 국가 중 재생에너지를 제일 열심히 하는 나라가 독일인데, 위도가 우리보다 15도 더 위다. 태양광은 저위도일수록 유리하다. 지금 한국엔 울산과 전라남도 앞바다에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해상풍력 단지를 만들고 있다. 봉사활동하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이익이 난다는 계산이 있는 거다. 한데 (재생에너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사막이랑 비교해놓고 (한국의) 태양광(생산 환경)은 형편 없고, 북극의 바람 센 데랑 비교해놓고 풍력도 형편 없다고 한다.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가는 게 목표인데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한다.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시원찮다 같은 한가한 얘기나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건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다. 2035년 이후, 독일 아이들은 공짜 에너지를 가지고 삶을 설계할 텐데, 우리는 계속 석탄 쓰고 핵 쓰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고 환경은 파괴하게 될 거다. 이런 걸 끌어안고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해야한다. 기성세대가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는지, 성찰해야할 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적은 소통의 실패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의지도 부족했단 생각이 든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했을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까지 늘렸지만, 실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많이 도입했는가에 대해선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다만 저항이 굉장히 심했다. 소규모 태양광은 지방정부에 인허가권을 많이 이양했는데 (지방정부들이) 오히려 ‘집이나 도로에서 몇 미터 이상 떨어져라’ 같은 정책을 들고 나왔고,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단체들 반대가, 해상풍력은 어민단체들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 물론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충분히 나서지 못했다.”

 “우리 목표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목표랑 수단을 헛갈려선 안 된다. 재생에너지가 유일한 답이라는 접근은 잘못됐다. 탄소를 줄이는 것에 원자력의 기여가 분명히 있고 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기후예비후보 박지혜(46) 변호사. 플랜 1.5 공동대표이며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난 13일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기후예비후보 박지혜(46) 변호사. 플랜 1.5 공동대표이며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여부에 대해 합의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조 “두가지를 봐야한다. 탄소중립도 해야하고 미래 먹거리도 확보해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 대응 하자고 말하고 싶다. (전세계에선 RE100이 대세가 돼) 이제 물건 만들 때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게) 아니면 취급을 안 한다. 우린 우리 영토 안에서 식량, 자원, 에너지를 공급받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 주류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2030년까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준비도, 대비도 안 할 수 있나. 우린 우리 영토 안에서 식량, 자원, 에너지를 공급받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 주류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정 “하지만 알이100은 해당 제품에 대한 것이지 한국의 에너지 조합이 100% 재생에너지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도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아닌) 탄소배출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유일한 답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정 연구원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라 탄소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전환 부문(발전)에서 탄소 중립 등 여러 정책 목표를 합리적으로 고려한 결과가 재생에너지 확대다. 분명히 견지해야 할 목표다. 원전은 입지 선정부터 짓는 데까지 최소 10~15년이 걸린다.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도 해결이 안 됐다. 세계 경제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추월하는 첫 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의 주력 전원이 재생에너지로 가고 있다.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가 사가겠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책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이건 맹목이 아니다.”

정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같이 가야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가 더 빨리 도입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원전은 기저전원으로서 역할도 분명히 있다. 앞으로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날텐데, 재생에너지만으로 이 수요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현실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독자와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하자면?

조 “스웨덴의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의사당 앞에 앉아서 ‘기후위기 대응하라’며 시위한 건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미래를 쥐고 앉아만 있으니 책임지라는 메시지였다. ‘미래의 위험 앞에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하는 게 바로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본다.”

 “거리에서 기후유권자, 기후시민들을 많이 만났다. 거기서 항상 에너지를 얻었고 그분들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한다 생각했다. 한데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한다. 기후위기(대응)가 인생의 1순위인 분들과만 만나왔는데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기회는 적었던 게 아닌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기후나 환경에 회의적인 분들에게도 다가서는 정치를 해보겠다.”

정 “정치는 여러 목소리를 모아 큰 목소리를 내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당사자로서 기후위기는 나의 미래다. 나라도 이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생각했다. 나의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의힘이 이 의제를 이끌고 나가도록 기여하겠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