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료 안 쓰는 다랑논 ‘느림의 미학’에 매료되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7-31 22:16:56    조회 : 187회    댓글: 0

농촌 Zoom 人] 농약·비료 안 쓰는 다랑논 ‘느림의 미학’에 매료되다

입력 : 2021-07-28 00:00
01010101001.20210728.001312012.02.jpg김진한 다랑협동조합 이사가 경남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다랑논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농촌 Zoom 人] 김진한 다랑협동조합 이사

4년 전 밀양 정착한 초보 농사꾼 전통적 방식 다랑논에 푹 빠져

2019년 조합 설립 … 1만평 경영 다양한 직업 가진 20~30대 합류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 진행 모판 만들기부터 수확까지 도와

친환경쌀 관심 늘어 10t 완판 다랑논 지역 농민과 연대 모색

 

현대사회는 기다리는 것에 인색하다. 인력과 돈이 투입되는 모든 곳에서는 최소시간 안에 최대 이윤을 뽑아내는 것이 견고한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경남 밀양시 단장면감물리에 가면 그와 반대로 사는 젊은 귀농인을 만날 수 있다. 다랑논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느리게 논농사를 짓는 다랑협동조합 이사 김진한씨(40)다.



“농업의 가치를 단지 생산성에만 둔다면 중심을 잃을 수 있어요. 아름다운 경관 보존, 환경

과의 공존,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다랑논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겁니다.”

23일 외양간을 고쳐 만든 작업장에서 만난 김씨는 다랑논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벼를 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10년간 서울에서 출판사에 다니다 2017년 밀양에 정착해

 귀농의 꿈을 키우는 초보 농사꾼이다.

김씨는 전국 곳곳을 돌며 농사짓는 법을 배우면서 다랑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지속가능한 자연농법을 적용할 최적의 공간이라 판단해서다. 그가 다랑논이 많은 감물리

에 눈을 돌린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관행농법처럼 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으면 처음에는 수확량이 확 줄어요. 근데 3년 정도만

 참고 기다리면 벼가 스스로 힘을 키우며 수확량을 회복해갑니다. 병해충에도 강해지는 것

은 물론 웬만한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 게 참 대견하죠.”

그가 이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디자

이너·출판전문가·환경운동가·노동운동가 등 각양각색의 20∼30대 청년들이 합류했다. 오랫

동안 이곳에서 활동해온 천주교 사제 유영일씨(66)는 월급을 모아 산 다랑논 8265㎡

(2500평)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해줬다. 김씨를 포함한 8명은 2019년 다랑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소중한 농업유산인 다랑논을 지켜나가기로 결의했다.

원주민 역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이방인을 반갑게 맞았다. 자신이 소유한 다랑논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들 덕분에 현재 조합에서 경영하고 있는 논은

 자그마치 3만3060㎡(1만평)에 이른다.

협동조합이 생긴 후 다랑논은 하나의 거대한 토종벼 실험장으로 변해갔다. 누비옷 같은 

다랑논 곳곳에 <족제비찰벼> <붉은차나락> <보리벼>와 같은 토종벼가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뽐내며 자라기 시작했다.

01010101001.20210728.001312017.02.jpg다랑협동조합은 지난해부터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모내기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다랑협동조합

지난해 3월부터는 ‘다랑논 공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논농사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66㎡(20평) 규모의 땅을 나눠주고 모판 만들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만원의 비용을 내면 참가자는 가을에 20㎏들이 쌀 한포대를 가

져갈 수 있다. 지난해 15팀 80여명으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에도 24팀 140명으로 회원이 오히려 더 늘었다.

김씨는 이러한 활동을 ‘미래 세대를 키우는 농사’라 비유했다. “도시의 유치원생·초등학생

이 이곳에 오면 신나서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뛰어다녀요. 어렸을 때부터 농촌의 넉넉함,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운다면 장차 이들이 농업·농촌의 든든한 후원자로 성장해갈

 겁니다.”

다랑논을 지키겠다는 큰 뜻을 품었으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농사 규모가 크지 않

은 탓에 농사만으로 버는 수입이 풍족하지 않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느슨한 형태

의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그런지 소소한 문제를 두고도 의견을 모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서로 만나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각자가 가진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법을 깨달아가며 다채로우면서도 하나 된 협동조합의 모습

을 일궈나가고 있다. 다랑논에서 나는 친환경쌀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난해 10t

가량의 쌀이 모두 팔려나간 점도 고무적이다.

김씨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한 대외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경남 남해·함안, 전남 완

도 등 다랑논이 있는 지역의 농민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경남도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지역의 난개발을 막을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는 요즘 함께 일할 청년을 ‘공개모집’ 하고 있다. “농사일이 다소 서툴더라도 요리를 잘

하는 사람,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 등 모두 환영합니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지나치게 

추구하지 않고 적당한 불편함을 즐길 마음의 준비만 해오세요. 아! 주말농장을 경험해본 

도시민이라면 ‘경력 우대’를 해줄 테니 참고하시고요.”

밀양=글·사진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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