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일구는 농민은 누가 보살피나?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08-03 20:53:38    조회 : 157회    댓글: 0
[매일시론] 땅을 일구는 농민은 누가 보살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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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구 한국화학연 전문연구위원/RUPI사업단장·공학박사
  • 승인 2021.08.0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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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개발로 망가진 생명의 터전
기업 자본에 종속된 농촌 더욱 피폐해져
생태환경 보존하는 ‘공익적 기능’ 구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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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RUPI사업단장·공학박사


올 여름이 너무 덥다. 여러분은 작년 여름을 어떻게 기억하시는가. 그동안 막연했던 기후변화를 제대로 느끼진 않았는지. 50여일에 이르는 긴 장마를 비롯해 지난 10여년 동안 발생했던 이상기후 현상이 한 해에 모두 일어났다. 기후변화를 지켜보던 단계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험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녹색과 환경의 이름으로 등장한 신산업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절박한 위기를 가리고, 개발과 이익에 대한 탐욕을 곳곳에 숨기고 있다. 그동안의 생활양식과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반성과 변화, 생태적 회개 없는 우리의 미래가 걱정된다.

현대 도시는 삭막하고 메말랐다. 도시가 생물 다양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인간 이외의 생명을 죄다 밖으로 내몰았다. 가로수는 갑자기 가지를 잘리고 나무젓가락처럼 변신한다. 수종변경이라는 허울로 뽑혀서 사라지기 일쑤다. 공공화단에는 꽃이 핀 화초를 심고, 채 지기도 전에 제거해 버린

. 너무 보여주기 일변도다. 또한, 수시로 제초제와 농약을 뿌려 벌레를 없앤다. 그로 인

해 꿀벌과 나비, 무당벌레와 풍뎅이가 자취를 감췄다. 인간 중심의 개발로 생명의 터전

이 망가졌다. 생물 다양성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다. 도시는 사람만이 군림하는 공간이 절대 아니다.


농촌은 더 피폐해졌다. 지구 곳곳 가난한 나라의 농업 체계가 무너져 가고 있다. 진작 

산업화된 ‘관행 농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이 됐고, 농민은 날이 갈수록 가난해지며 농촌은

 인구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땅을 일구며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농민은 누가 보살펴야

 할까? 지구온난화로 망가진 자연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농민을 위한 대책은 

도통 보이질 않는다. 대기업과 거대한 유통 자본이 농산물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최고 권력자가 됐다. 대다수 농민이 자영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했고, 서로 협동하던

 농촌 공동체는 기업 자본에 종속되고 말았다. 이럴수록 도시인이 우리 농민을 도와줘

야 한다.

한국천주교회는 1995년부터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해마다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

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농민의 수고와 노력을 기억하며,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맞

갖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드린다. 교회에서 실천하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있다. 소

비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생산하고, 생산자의 안정적인 삶을 배려하며 소비한다. 멀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운동이다. 유기 순환적 자연질서를 회복해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자연 생태계와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실천이다. 농촌을 살리면서 결국 우리 자신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지극히 당연한 운동이다.

이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이 어울리는 공동체적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해야 한다. 인류가 평화를 누리려면 창조질

서를 존중하는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간의 편리와 수확량을 많게 하려는 관행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지구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고 무너뜨렸다. 지구의 순환 원리

를 존중하는 ‘생명 농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식량을 공급하며 생태 환경을 보존

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구현돼야 한다. 자연을 존중하는 생명 농업을 실천해 다양

한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 질서를 회복하자.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종자를 보존해 생

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식량 주권’을 수호하자.

농민들은 더 이상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일에 전념해,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

지 않겠는가. 농민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의 구성원으로 새로운 농촌 공동체를 이루게 

하자. 농업이 제자리를 찾고, 농민 스스로 기쁘게 일하며 농촌의 삶이 행복해져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안정적인 생명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참으로 좋았던 지구환경을 회복하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어디 있

는가. 사람과 자연의 관계와 생명을 회복하는 생명 공동체 운동에 너나없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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