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레핀의 그림 속으로 눈을 털고 들어와
검정 모자를 벗어든 저이!
깜짝 놀란 건 의자였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시간 속으로 눈이 내렸다
이층 유리창 밖으로도 눈이 내리고
당신은 내 곁에 앉아 있었다, 참새처럼
미술관 저 아래 눈 내린 광장에 발자국을 쿡쿡 찍고
백년 전 가난한 러시아 사람들이
손 흔들며 천천히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사랑한다는 것은
흩날리는 눈의 무게를 마음에 달아 저울질하며
더운 커피를 조금씩 함께 마시는 것
타고 온 마차를 돌려보내고, 사라져 가는
그 마차 소리에 옛날의 아픔을 실어 보내는 것
녹기 시작한 층계에 다시 눈이 내려
돌아가는 길은 기분 좋게 미끄러웠다
서로서로 꼭 붙들고 층계를 밟는 것은 즐거운 일,
한겨울 벚꽃 날리는 하늘에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화가의 딸
레핀의 초상화 작품 중에는 자신의 딸을 그린 초상화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