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 마음 화폭 삼아 신앙의 수묵화 그려-이소영(동양화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3-09 15:38:08    조회 : 305회    댓글: 0


3040 예술인] (8) 이소영 수산나 (동양화가)

비운 마음 화폭 삼아 신앙의 수묵화 그려
 
2017. 03. 05발행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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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마음 화폭 삼아 신앙의 수묵화 그려


 
 

 

‘심홍’(心弘).

동양화가 이소영(수산나, 49, 서울 서교동본당)씨의 호다. 넓게는 ‘큰 별’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는 대학생 때 이씨의 아버지 의형제 중 한 사람이 붙여줬다. 이씨는 “큰 별보다는 ‘마음을 넓게 쓰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호의 뜻대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씨의 작품들은 채워진 듯 비어 있고, 있는 듯 없어 보인다. 보이진 않지만, 실제 존재하시는 하느님처럼. 동양화의 매력이다. 2015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에 가입, 성화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씨의 작품들은 회원들 사이에서도 ‘종교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병인순교 150주년이었던 지난해 완성한 작품 ‘흐름’<그림1>에는 순교의 화관을 쓴 신앙 선조의 피 흘림으로 현재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십자가 가운데 원 안의 양들이 순교자들이다.

이씨는 화가를 꿈꿨던 아버지(이춘휘 스테파노, 78)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환쟁이가 웬 말이냐”는 집안의 반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됐지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선 취미로 성모님과 예수님을 그렸다.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시절 이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양화를 선택한 것은 집안 분위기 덕분이다. 이씨의 할아버지는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 음악의 하나인 ‘향제줄풍류’ 기능보유자(故 이보한)다. 고인은 생전 새벽마다 서예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씨는 동양화(수묵화)를 “인격이 솔직하게 표현되는 그림”이라고 정의했다. 화가 난 상태에선 거친 작품이 나오고, 평화로운 상태에선 안정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선 하나에 모든 에너지가 응축돼 있으며 덧칠할 수 없다.

“수묵화 한 장을 선보이기 위해선 망친 그림이 수십 장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수묵화를 하려면 마음부터 비워야 해요. 그림에 군더더기가 많다는 건 욕심이 많다는 뜻이지요. 손을 내밀려면 내가 쥔 것을 놓아야 하고, 예수님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내 마음부터 비워야 하는 것과 같아요.”

 

 
▲ ‘말하는 대로 천지창조’.


 
▲ 이소영 작 ‘흐름’. 2016년.


 
▲ ‘치유의 여신’. ‘치유프로젝트’ 작품 중.

 


유아 세례를 받은 이씨는 성인이 되고서 10년 이상 냉담한 적이 있다. 인생의 목표와 꿈만 좇으며 방황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학창시절 스승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냉담을 풀고 2005년 견진성사를 받았다. 본당 미술팀에선 8년간 봉사했다. 작업실이 있는 홍대 인근에 성바오로수도회가 운영하던 북카페에서 읽은 영성 서적들과 그때 만난 수도자들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신앙인으로 거듭났다.

신앙을 되찾고 욕심을 내려놓자 작품 활동은 다채로워졌다. 2011~2012년에는 잊지 못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분당서울대병원ㆍ인하대병원ㆍ워커힐 호텔 등에서 순회 전시한 ‘치유 프로젝트’ 시리즈<그림2>다. 치유 프로젝트는 유방암 수술로 한쪽 가슴을 절제한 환자들을 누드로 그린 그림 전시회였다. ‘비록 … 하지만, 난 내가 가장 아름답다’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는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씨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동양화로 성화 작품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단국대ㆍ배재대 등에서 동양화와 비주얼아트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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