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예술의 시대가 온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5-06 23:33:27    조회 : 279회    댓글: 0


생활예술의 시대가 온다


입력 2017-05-03 17:48:59 | 수정 2017-05-04 01:53:12 | 지면정보 2017-05-04 A30면

50대 중반 직장인 박희수 씨는 지난 2월 난생 처음 음악연주회에 참여했다. 초등학생 셋, 중학생 둘, 일반인 세 명이 함께한 무대였다. 박씨가 무대에 선 것은 클라리넷을 배운 지 거의 8년 만이었다. 둘째 아들이 중학교 때까지 배운 클라리넷이 집에서 놀고 있는 게 아까워 아들을 가르친 강사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초·중·고교생만 가르친다며 난색을 표하던 강사가 레슨을 허락하자 다른 ‘아재’ 두 명을 더 끌어들여 연주 수업에 들어갔다. 초·중학생 아이들과 함께였다. 박씨는 “직장 일 때문에 연주법을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이 아이들보다 많이 걸렸지만 연주 무대에 서보니 너무나 뿌듯했다”며 “내년에도 연주회를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 들어온 문화예술

아이들은 물론 일반인을 위한 강의와 교육 전성시대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 박물관, 미술관, 구민회관 등이 운영하는 강좌·강습 프로그램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공연·음악 감상, 인문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유화 수채화 한국화 크로키 아크릴화와 서예 전각 사군자 문인화 등을 배울 수 있는 미술실기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공연·음악 감상, 성악, 연기 등도 배울 수 있다.

국립국악원의 가족국악강좌는 주말을 이용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장구와 전래동요, 사물북난타, 가야금, 해금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12차례 강좌가 끝나면 국악원 공연장에서 발표회도 연다. 오는 16일부터 시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먹빛 수놓은 한국화 그리기’는 전시 관람 및 화조화 그리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박물관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박물관 역사문화교실’에 가면 전문가들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자치단체의 구민회관, 종합사회복지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문화센터 등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강좌도 많다.

문제는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배우고 즐길 기회가 적잖은데도 정작 국민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는 것처럼 소수의 전문예술인만으로는 진정한 문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생활예술의 수요가 커져야 ‘전문예술인’의 설자리도 늘어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전공한 사람은 많은데 가르칠 기회는 턱없이 적은 게 현실이다.

헬스클럽 가듯이 문화센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16년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학교 교육 외에 문화예술 교육을 경험한 비율은 10.6%였다. 그나마 2년 전에 비해 3.7%포인트 늘어난 게 이 정도다. 문화예술 교육의 애로 사항으로는 비용(26.4%)과 시간(24.9%)’을 주로 꼽았다.

 정부는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교육지원법 등을 통해 생활예술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대선주자도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확대, 생활문화 동아리 활성화 등 생활문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 인식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전문예술가와 아마추어가 협력해 예술활동을 촉진하는 독일의 사회문화센터, 도서·극장·아카데미는 물론 아마추어 및 전문가들의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 자리잡은 불가리아의 문화센터 ‘취탈리쉬테(Chitalishte)’ 등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인식을 넓히고 인프라를 잘 구축하면 국민 누구나 ‘1인 1기(技)’의 문화 역량을 갖추는 게 꿈만은 아니다. 생활예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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