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이름, 이태석 신부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7-18 15:24:04    조회 : 281회    댓글: 0

[메디칼럼] 지울 수 없는 이름, 이태석 신부 /문영수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에서도 자신의 재능인 의술 이용해 원초적 사랑 보여준 이태석 신부

각박한 현대사회서 더 빛나는 타인을 위한 봉사.헌신의 의미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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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6 20:36:53
  |  본지 29면


 
모든 의대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 하게 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본래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기원전 5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의학윤리를 담은 가장 대표적인 강령 중 하나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주 절제되고 잘 정리된 언어로 의사와 의료의 윤리 덕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만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세간에서는 잘못되거나 비뚤어진 의사의 일탈 행위를 비난할 때에 그 경종의 의미로 인용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지난달 우리 대학에서는 이태석 신부를 추모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영상으로 다시 만난 이태석 신부는 여전히 화면 속에서 쟁쟁한 목소리로, 그리고 따뜻한 표정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무언의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가 전하는 맑은 눈 속의 뜨거운 열정과 일관된 신념이 읽힐 무렵 필자 역시 이미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울지마 톤즈’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태석 신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에 다시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가톨릭 사제의 길을 걷는다. 내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남수단에 혈혈단신 부임하여 학교를 만들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들을 혼자서 모두 감당해냈다.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아서 아쉽게도 젊은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것만 같다.

이태석 신부를 만날 때마다 왜 항상 이런 감정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이 신부에 대한 측은함도 아니고 좀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남수단에 대한 동정도 아닌 것 같다. 지독하게 헌신과 봉사로 무장된 이 신부의 가장 원초적인, 인간 사랑에 대한 감동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자원하여 탄자니아에서 2년 넘게 근무하고 돌아온 후배 의사 한 명이 자신의 경험담을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임을 익히 알면서도 기꺼이 투신하여 의술이라는 도구 하나만으로 너무나 큰일들을 해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이들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본래의 일에 충실하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사는 사람들이리라. 의료는 기본적으로 봉사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오직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헌신할 때 의미가 더욱 빛날 것이다.

 

요즘 우리 병원에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점심시간을 이용한 재능기부 음악회가 열린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 성악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연주회를 열어서 크든 작든 그 규모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재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형의 기부이긴 하지만 자신의 능력과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진료나 뛰어난 수술 못지않은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점점 더 세상이 메말라지고 각박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 대한 무조건의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기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활력이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타인을 위해 살겠다는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되새겨야만 하지 않을까. 직업이 의사인 필자를 포함하여 의료인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것부터 찾아보면 거기에 공감이 보이고, 감동이 묻어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해운대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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