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을 성미술답게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1-30 00:42:31    조회 : 345회    댓글: 0

 

[신앙단상] 성미술을 성미술답게

고종희(마리아, 한양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 미술사가)
 
2018. 01. 01발행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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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의무와 목적은 설교자와 마찬가지다.”

성미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16세기 볼로냐의 주교 팔레오티의 말이다. 가톨릭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분열의 위기에 처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장 18년에 걸쳐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를 열었고 다른 여러 교리와 함께 성미술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여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상과 성모상, 그리고 여러 성인상 등 성화상이 모셔져야 하고 보존되어야 하며 신자들은 거기에 맞는 공경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술에 대한 가톨릭의 이 같은 입장은 성미술을 금했던 개신교와 가장 다른 모습 중 하나다.

미술사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 다빈치, 조토와 같은 위대한 거장들의 대표작들 대부분이 ‘천지창조’ ‘최후의 만찬’ 등 교회를 위해 제작한 작품들이라는 것은 교회와 미술이 얼마나 좋은 관계였는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성미술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 분명한 미술이기에 본래의 목적에 합당해야 하며 성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재주를 자랑하거나, 장삿속으로 만들거나, 역량이 안 되는 작가의 조잡한 작품을 설치해놓으면 공경은커녕 신자들에게 분심 거리를 안기게 된다. 따라서 본당 신부님은 성미술이 필요할 경우 작가 선정에 신중을 기울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을 체크한다면 결정적인 실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 미술품이 성당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둘째, 설치될 성미술품의 크기, 비례, 색상, 재료 등이 기존 건축물이나 미술품 등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가?

셋째, 역량 있는 작가가 정성을 다하여 제작하였는가?

넷째, 기존의 좋은 작품을 굳이 교체하려는 것은 아닌가?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 도시 리미니의 대성당 제대 벽에는 1300년대 초에 제작된 조토(Giotto)의 아름다운 십자고상이 걸려 있다. 그동안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을 것이고, 설치할 작품들은 차고도 넘쳤으련만 이 성당은 700년 전에 제작된 조토의 걸작 외에는 아무것도 걸지 않는 안목과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성당은 오늘날 우리의 교회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은 교회미술과 관련하여 우리가 되새겨볼 만한 글을 남겼다.

“성화를 제작함에 있어 (…) 멋과 외형미에 감정이 빠져버려서 마음이 하느님께로 가지 못하고, (…) 만약 여기에 그대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는커녕 도리어 죄를 받게 되는 것이니, 당신의 뜻을 받들기보다 그대의 취미를 따른 까닭이다. …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기보다 제멋에 겨워서 성당을 꾸민다. … 이제는 좀 더 섬세한, 말하자면 신심있는 사람으로 자처하는 그들을 보기로 하자. 그들은 성당이나 성당 장식에 얼마나 정렬과 낙을 붙이던지, 마음을 거두어 하느님께 비는 데 써야 할 시간과 노력을 온통 여기에 바친다.”

교회는 사제의 감자밭이 아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집이다. 하느님이 세상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창조하셨듯이 인간은 교회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만들어 하느님을 찬미하고 신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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