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정수용 "거짓 예언자의 단골 메뉴, 지옥"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1-30 17:48:26    조회 : 251회    댓글: 0

"지옥은 공상가들의 천국이다." 18세기 독일의 관념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남긴 말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지옥을 상상하는 일은 흥미롭고 그 한계 역시 무한하다는 의미입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이 가장 인기를 끌었고, 불교의 지옥도가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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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또다시 세계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보다도 훨씬 빠르게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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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전반부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 앞으로 초월적 존재가 나타나 그가 죽는 시간을 알려주고 지옥에 갈 것이라 말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자 세상은 혼돈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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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미리 예고했던 인물은, 이것이 죄를 짓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신의 시연이라며 신흥종교 '새진리회’를 만듭니다. 이제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시간이 흘러 초월적 현상이 일상화된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진리회는 초월적 현상의 해석을 독점하고, 공권력도 무력화시킬 정도로 사회적 권위를 지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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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러한 시대에도 합리적 의심 속에서 새진리회의 모순을 파해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이비 종교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우며 새진리회의 만행을 멈추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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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드라마는 무죄한 아기가 지옥 예고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새진리회의 실체를 파해치며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간직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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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상 거짓 예언자와 잘못된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는 끊임없이 등장했습니다. 무자비한 심판을 통해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신의 모습은 사이비 종교의 단골 소재입니다. 합리적 성찰이 아니라 과격한 맹신은 항상 종교를 자극적인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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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누가 보낸다고 해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열기를 잃어버린 것이 차가움이듯,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또한 우리는 아직 고통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든 고통에 일대일로 해당하는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록 고통의 순간일지라도 사랑이 가득하다면, 그곳은 지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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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번 주는 신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려 아기로 태어난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은 이렇게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십니다. 따라서 지옥은 그러한 하느님과 멀어진 상태, 사랑이신 하느님과 단절됨을 뜻하는 것이지, 무서운 심판이나 잔인한 형벌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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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제의 눈>은 "거짓 예언자의 단골 메뉴, 지옥"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단절과 고립이 주는 공포가 아니라, 소통과 연결의 마음을 간직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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