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땐 청년, 안하면 환자…하루 10시간 조각한다"…최종태 개인전 '구순을 사는 이야기'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1-12-02 19:04:11    조회 : 290회    댓글: 0
최종태, 얼굴,25x24.5cm, 브론즈 부조, 2008

맑고 영원한 평화 담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서
한국적 아름다움 찾아내
그를 닮은 여성 조각 제작

"스승 김종영·장욱진 이해후
그 굴레 벗어나 자유찾아"

31일까지 김종영미술관 전시

  • 이한나 기자
  • 입력 : 2021.12.01 09:34:31   수정 : 2021.12.02 14:54:2

 사진설명최종태, 얼굴,25x24.5cm, 브론즈 부조, 2008



평면과 입체의 경계가 사라졌다.

원(구체)과 직사각형(입방체)의 단순한 조합 만으로도 따뜻함과 성스러움이 담뿍 전달된다.

우리 나이로 구순이 된 조각가 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89)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 펼친 개인전 '최종태, 구순을 사는 이야기'의 인상이다. 


최종태, 모자상, 23x16x62cm, 나무에 채색, 2020
사진설명최종태, 모자상, 23x16x62cm, 나무에 채색, 2020

이 미술관은 지난 2010년 신관을 개관한 이래 가을마다 미술계 귀감이 되는 원로 작가 초대전을 열어 왔다. 원로작가 최종태가 드로잉부터 조각까지 작품을 펼치니 다채롭고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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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맞이하는 '성모상'(2013년작)부터 오방색으로 강렬하다. 컴파스로 그린 듯한 정원(正圓·완전히 둥근 원)의 얼굴을 긴 직사각형 신체가 받치고 있다. 단정하게 모은 두 손만 입체감을 지니고 있을 뿐 두께가 얇은 신체는 거의 평면에 가깝다. 그는 "둥근 것을 60년 하니 선적인 것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문학적 감수성이 넘쳐 한때 문학도를 꿈꾸었다. 그러나 1953년 '문학세계'에 게재된 김종영의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와 국제조각 콩쿠르 입상 작품 '여인 나상(裸像)'을 접하고 조각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때 시작된 67년의 조각가 인생이 큰 스승들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평한다. 평생 존경하고 따른 김종영·장욱진 선생을 벗어나는 데만 20여년씩 걸렸고 "이제는 벗어난 것 같다" 하면서도 확실히 장담은 못하겠다고 꼬리를 내린다.
 

최종태, 두여인, 25.5x16x53cm, 나무에 채색, 2017
사진설명최종태, 두여인, 25.5x16x53cm, 나무에 채색, 2017

"그분들이 한 것을 이해하고 보니 자유롭게 됐어요. 작품에는 세계 미술사, 역사가 다 있어야 해요. 역사를 다 이해해야만 벗어날 수가 있죠."

평생을 좇아온 아름다움이란 것은 구순의 나이에도 알 수가 없다고 고백한다.

지난 1971년 일본부터 미국, 영국 등 100일간 세계를 한바퀴 돌아봤을 당시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옛 신전 기둥의 아름다움에 감격했다.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3.5x19.78cm, 나무에 채색, 2021
사진설명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3.5x19.78cm, 나무에 채색, 2021

한국적인 것의 실마리는 반가사유상에서 찾았다. 맑고 깨끗함, 영원한 평화 등이 한꺼번에 와닿아 충격이었단다. 실제 그의 성모상과 여인상 등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과 닮아있다. 그는 여성만 만드는 조각가로도 유명하다. 남자 조각상은 예수와 손자, 김수환 추기경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예전보다 파스텔 등 그림 작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조각한다. 그는 "일을 할 때는 청년이고, 일을 안하면 환자"라며 "얼마전 새벽 4시 무렵 깼는데 어제 하던 일이 생각나 30분 버티다 작업실로 갔고 저녁먹기 전까지 10시간을 작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팔순 즈음부터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서 부쩍 색깔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최종태, 여인, 24.5x8x111cm, 나무에 채색, 2013
사진설명최종태, 여인, 24.5x8x111cm, 나무에 채색, 2013

"나무에 갈라진 흠이 생겨 메꾸려고 색을 집어넣은 적이 있는데, 오래 하다보니 나무조각에 채색을 하게 됐어요. 2000년 전 그리스인들이 돌에 채색하고 우리가 불상이나 단청에 하듯 채색이 좋아요."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노 조각가의 연륜이 쌓인 통찰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예술의 근본임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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