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미술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21 11:47:03    조회 : 627회    댓글: 0
[신앙단상
 
최종태 요셉(조각가ㆍ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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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미술이 융성할 때 신앙도 성하고 종교미술이 쇠퇴할 때 신앙도 쇠한다. 서양의 어떤 학자가 한 말이다. 신앙의 모습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고 미술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 시대의 종교미술을 통해서 그 시대의 신앙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 고려시대 약 1000년간 불교미술이 성했고 서양 역사를 보면 5세기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 약 1000년의 융성한 그리스도교미술을 볼 수 있다.
 
 1964년 5월 7일 교황 바오로 6세는 시스티나 성당에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교회는 미술가를 부른다"는 명연설을 통해 교회와 미술의 장구한 역사와 그 의미를 상기시켰다. 그곳은 저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장벽화가 있는 곳이다. 뒷날 바티칸 미술관 안에 현대종교미술관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유럽 교회에는 새로운 교회미술의 바람이 일고 마침내 전 세계의 교회가 그 새 바람을 받아들였다. 당대 예술가들에 의한 새로운 건축, 새로운 회화, 새로운 조각이 탄생한 것이다.
 
 1984년 7월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현대종교미술국제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가져온 당대 최고의 현대미술품들이 미술관 가득히 전시돼 있었다. 그 여파로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한국인 예술가들에 의한 한국적인 성당 예술이 생겨났다. 그와 같은 일은 비서구권 전체에서도 단연 선각적인 일이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에는 각 교구마다 미술가들의 모임이 결성돼 있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를 비롯해서 광주 대구 부산 등 그 전체 회원이 1000명은 족히 될 만큼 큰 가족으로 매년 작품발표회를 지역마다 열고 있다. 이 같은 일은 현금의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일이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는 미켈란젤로의 대리석 '피에타 상'이 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안에는 베르니니의 '탈혼의 성녀 데레사상'이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람의 손으로 저렇게까지 만들 수 있나 할 정도로 기막히게 잘 만들어져 있다. 경주의 석굴암 불상과 국립박물관에 있는 미륵반가상 등도 그러하다. 종교미술이 융성할 때 신앙이 성했다는 말의 상징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미술이 지금 어느 수준에 있나 하는 것을 한 번 생각해봄 직하다. 훌륭한 종교미술은 그 시대의 종교적 상황이 만든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의미를 그림으로 잘 설명한다고 해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설명의 차원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돼야 하는데 그것이 문제다.
 
 명동성당 벽화 12사도상을 1920년대 후반의 그림으로 본다면 한국가톨릭 교회미술의 역사를 100년쯤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가톨릭이 이 땅에 전래한 지 200년이 넘는다. 하지만 박해시대와 식민지시대를 포함해 짧게 보면 60년이 채 안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길지 않은 시간에 이룩한 한국 교회미술의 성숙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돈할 필요가 있다.
 
 짐작컨대 상상을 뛰어넘는 큰 업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큰 미술관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훌륭한 자산이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보화를 옆에 두고 보지 못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종교정신을 증거하는 우리 시대의 가톨릭 종교미술을 정리하는 일을 뒤로 미룰 일이 아닌 것 같다. 예술은 하느님을 숭배하는 간절한 기도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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