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삶의 감사를 사계절 언어로 풀어낸 기도"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22 11:19:00    조회 : 566회    댓글: 1

이해인 수녀 40여 년 시 세계 한눈에 … ‘시 전집’ 출간

 
시는 삶의 감사를 사계절 언어로 풀어낸 기도”
1976년 ‘민들레 영토’ 이후 발표작 중 800여 편 담아
어린 시절 입회 모습 등 사진자료·작품세계 평론도 게재
“말 못할 고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국민 이모’로 살고파”
발행일 : 2014-01-01 [제287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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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시전집 1, 2  1권. 732쪽, 2권 874쪽, 각 권 3만2000원/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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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이 한 줄의 시구는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시 세계를 온전히 드러낸다. 수많은 문인들과 평론가들도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시가 흐르는 기도, 기도가 흐르는 시’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이 수녀 또한 자신의 일상에서 “시를 쓰는 일과 기도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40여 년, 그렇게 신앙과 서정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온 시간이 「이해인 시전집 1, 2」에 총망라됐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1976년 시 「민들레의 영토」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1000여 편의 시작을 내놓았다. 그중 기도시집과 동시집, 산문집에 묶인 시 등을 뺀 800여 편의 시가 「이해인 시전집」에 담겼다. 시집으로 헤아리면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이상 1권에 수록)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이상 2권에 수록) 등 총 10권이다. 각 시전집에는 이 수녀의 어린 시절부터 입회 때의 모습, 수많은 문인들과 나눈 추억 등이 담긴 사진 30여장씩과 작품세계에 대한 평론 등을 실어, 그의 문학적 발자취를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시란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사계절 언어로 풀어낸 상징적인 기도”라고 말하는 이 수녀는 자신이 쓴 시처럼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가 될 순 있을 것”이라며 호소력 짙은 언어들을 풀어내왔다.

특히 ‘바다여 당신은’, ‘민들레의 영토’ 등을 실은 이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는 고통의 시대를 살던 이들에게 위로와 새로운 삶의 의지를 심어주면서 엄청난 수의 독자들을 모아들였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시집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의 하나로 꼽힌다. 이후로도 그의 시집들은 발간 족족 베스트셀러가 됐고,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생전에 시전집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이 수녀는 “그동안 펴낸 시집들을 한자리에 모아 엮은 걸 보니 갑자기 커다란 집 한 채를 선물 받은 느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당당하게 권하기엔 늘 부끄러운 작품이긴 하지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의 시들은 남아서 독자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니 매우 놀랍고, 신기하고, 설레고, 행복합니다.”

이 수녀는 자신의 일상에서 흔히 보는 꽃, 구름, 바다, 노을 혹은 단추, 신발, 항아리 속의 된장, 고추장 등에서도 시심을 이끌어내는 시인이다. 주머니 속에는 늘 메모지와 펜을 넣고 다니며, 일상의 많은 부분을 글로 남긴다. 한 구절 한 구절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자, 이웃과 나누는 위로의 말마디다. 2008년부터 암투병을 지속하고 있지만, 삶에 지친 이들을 다독여주는 따뜻하고 평안한 위로를 멈추지 않는다. 시를 쓰고 독자들의 편지에 답장을 쓰는 여정은 그의 일상을 여전히 분주하게 이끈다. 일명 ‘해인글방’이라고 불리는 수녀원 문서선교실을 가득 채운 수십만 통의 편지, 그동안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을 짬짬이 정리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최근 들어서는 “‘국민 이모’라는 별칭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는 이 수녀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처럼 육체적 노동은 못하더라도, 말 못할 고민들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국민 이모’로 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랑은 빨리하며 판단은 더디 하고, 오는 말이 거칠어도 가는 말이 고울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가진다면, 새해 우리의 삶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댓글목록

작성자: 다다님     작성일시:

이해인 시인은 정갈하고 맑은 언어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죠.
밀도 높은 언어가 아니라 보편적인 언어로 작고 약한 것들을 보듬어 주셨죠.
전집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