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따르는 '단순한 삶' 가꾸는 농부, 교수, 가수

작성자 : admin    작성일시 : 작성일2014-06-09 10:59:17    조회 : 483회    댓글: 0

 

[오늘을 사는 사람들] 이기영 바오로(호서대 식품공학과 교수)


순리 따르는 ‘단순한 삶’ 가꾸는 농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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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 조금 특이하다.

우리 나이로 58세 대학교수인데, 집에만 오면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호미를 드는 농부가 된다. 틈만 나면 자신이 기르는 천년초 밭에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를 즐긴다. 10여 년 전부터 딸과 함께 자작곡 환경 노래를 불러온 그는 ‘김치 된장 청국장’ ‘한강은 흐른다’ 등 다수의 음반을 낸 환경문화운동가이자 가수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우리 음식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사 모임인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이기도 한 그는 ‘간소한 삶’ ‘자연스러운 삶’을 삶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호서대학교 식품공학과 이기영(바오로) 교수 이야기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 대뜸 행주 특산물 ‘웅어’ 이야기를 꺼냈다. “웅어 드셔 보셨나요? 웅어는 조선 시대에는 임금님 진상품이었어요. 고소하고도 담백한 맛 때문에 수라상에 올랐던 최고급 생선이지요. 웅어 대가리에 ‘임금 왕(王)’ 자가 쓰여 있어요.”

이 교수가 고향 특산물 자랑을 한 이유는 1970~80년대 한강 개발로 웅어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연어처럼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 산란기 때 강으로 돌아오는 웅어는 갈대 사이에 알을 낳는데, 한강 수중보로 길이 막힌 데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갈대가 사라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웅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강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아름다운 우리 강들을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 수조로 만들었다”며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찬란했던 아름다운 강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식품공학과 교수답게 자연스러운 먹거리, 참된 먹거리 이야기를 꺼낸 그는 “자연철학 정신이 깃든 우리 한식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먹거리”라며 “음식은 우리 몸과 우주를 소통시키는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음식은 모두 다른 생명체의 몸입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명체인데, 좋은 음식을 먹어야 우리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밝아지지요.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가공식품들은 분리 정제과정을 거치면서 미네랄과 비타민, 효소가 제거돼 맛은 있으나 영양가는 없습니다. 또 유해색소와 방부제가 첨가되는데, 이런 식품을 많이 먹으면 몸에 유해 화학물질이 쌓여 세포 이상을 일으킵니다. 그게 암이지요.”

그는 요즘 한국인 사인(死因)의 절반가량이 암 때문이며 암 이외에도 비만과 당뇨 등 건강을 위협하는 좋지 않은 가공식품들 때문에 한국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밥상머리 교육’을 제안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건강하고 날씬해지려면 유기농 한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강 변 작은 어촌인 행주나루의 교우촌 출신이다. “아버님은 일하러 가실 때마다 저를 지게에 지고 다니셨어요. 개구리를 잡아 끈으로 묶어 요즘 애들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지요. 지금 신행주대교가 있는 행주나루터에서 바라보는 저녁 풍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환경운동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경험 덕분인 것 같아요.” 또 “어머니는 저를 나무라실 때마다 ‘자연스럽지 못하게 그게 뭐냐’며 늘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아온 그는 “우리 신앙인들부터라도 서로 비교하거나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자연처럼 조화로운 삶,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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