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조합원'이 쏘아 올린 '협동'이라는 작은 공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7-07-06 10:20:44    조회 : 313회    댓글: 0


교복 입은 조합원’이 쏘아 올린 ‘협동’이라는 작은 공

등록 :2017-07-04 09:38수정 :2017-07-04 09:42


학교에 안착한 ‘사회적경제’
7월 첫주 토요일, ‘세계 협동조합의 날’
학교 현장에도 협동조합 안착 사례 있어
 아트페어·문구점·매점…다양한 주제로
 조합원 활동하며 의견 당당히 내기도
‘돈보다 사람’, 상생하는 경제 개념 배워

 

지난 6월26일 영림중학교사회적협동조합 학생이사들이 공정무역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지윤 기자


 삼각산고, 미술 경매시장 연 청소년 협동조합
‘미술 작품은 비싸다, 전시회는 어렵다’ 등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학생 아티스트에게도 출품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아트 페어’를 여는 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에서 주관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50억~60억원에 팔리기도 하는 등 ‘거리감 느껴지는 미술 경매시장’을 학생 눈높이에 맞춰 사회적 경제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문턱 없는 미술 축제’라고 보면 된다.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 2학년 임가온·양민주양은 “‘미술관을 찾거나 작품을 감상할 때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아트 페어를 진행했다”고 했다. ‘엽서 만들기’와 탁구공, 붓 등 도구를 이용해 큰 캔버스에 자유 그림을 그리는 ‘두들 릴레이’는 특히 큰 관심을 모았다.
조합 교육홍보부에서 활동하는 2학년 이재경양은 “선생님 캐리커처 그리기를 비롯해 친구들이 그린 작품을 감상하고, 경매 수익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미술교육에 지원했다”며 “문화행사에서 얻은 수익금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보탠 것이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 조합원들은 2015년부터 1년에 두 번 ‘사회적 경제 스타트업 페스티벌’도 연다. 행사 수익금의 10%는 지역의 소외이웃에게 전달한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창업 아이템을 정한 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세부 계획을 공개 발표하는 등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창업재무부에서 활동하는 2학년 남다은양과 이태윤군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업 모델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학교 밖 이웃을 생각하면서도 창업 기회를 경험해보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친구들에게 ‘창업 자금’을 대출해주기도 하고 컨설팅도 진행한다.
학교협동조합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우는 학생들도 있다. 3학년 김은서양은 “3년 동안 학교에서 ‘사람 중심의 경제활동’을 경험했다”며 “연대를 바탕으로 ‘착한 이윤’도 낼 수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책임 있는 학생 조합원으로서 협동조합 운영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보는 경험이 참 소중하죠. 교실에는 ‘입시경쟁’만 있는 게 아니라, 협동으로 함께 성장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고교 시절 동안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경제’, 학교협동조합으로 시작해요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날’이다. 6월말부터 7월초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사회적 경제의 개념은 교육현장에서도 ‘학교협동조합’이라는 방식으로 안착했다. 학교협동조합은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가 일반적이다. 교육협동조합 등 일반 협동조합보다 공익적 가치와 목적, 비영리성을 더 강조하기 때문이다. 일반협동조합은 운영 사업에 제한이 없는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전체 사업 가운데 법령에서 명시한 공익적 사업을 40% 이상 운영해야 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학교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로, 공통의 경제·사회·문화·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영림중, 학부모 도움으로 사회적 경제 수업도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교내 사회적 협동조합의 뿌리가 탄탄해진 학교도 있다. 서울 구로구 영림중학교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 이미애 이사장과 장지현 사무국장은 지역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다가 아이의 중학교 입학과 함께 ‘학교협동조합’으로 관심을 넓혔다. 조합 운영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1년에 걸쳐 성공회대학교 사회적 경제 에이엠피(AMP)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과 장 사무국장은 “‘국내 첫 번째 공립중학교 협동조합’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무엇보다 학교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활동에 관심 갖고 지원을 톡톡히 해주셨다”며 “4년째 ‘사회적경제학부모강사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관련 수업도 진행한다”고 했다.
조합 학생이사로 활동 중인 3학년 한수아양은 “처음엔 막연하게 ‘친구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했다. 1000원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한 뒤엔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완소’ 활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문을 연 교내 친환경 매점 ‘여물점’(여유 있고 물 좋은 매점)은 영림중의 자랑거리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교직원을 비롯해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점 수익은 도서 구입 등 학생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서 교육현장에 ‘협동의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학교에 ‘사랑방’이 생기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협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순 매점을 넘어 ‘우리도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자 학생들은 소소한 고민부터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물점 곳곳에 놓인 테이블은 ‘소통의 아이콘’이 됐다. 아이들은 방과후에도 이곳에 들러 조합에서 진행하는 ‘소즐터’(소소한 즐거움 놀이터)에 참여했다. 쿠키와 팔찌 만들기, 파우치 냅킨아트 등을 함께 배우는 ‘소즐터’ 활동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문턱 없는 친환경 매점을 통해 취미를 공유하면서 협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니 ‘빵셔틀’ 같은 학교 폭력은 저절로 사라졌다.
2년째 학생이사로 활동 중인 3학년 홍민지·권묘정양은 “등수 매김에만 익숙했던 학교에서 서로 돕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고 했다. 홍민지양은 “정기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조합원으로서 친환경 매점 운영에 대한 책임 의식이 생겼다. 학생 의견이 존중받는 느낌도 든다”며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를 배우며 ‘공정무역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여물점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초콜릿과 말린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조합을 통해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접한 뒤 제3세계 생산자의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무역 형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1000원을 내고 과자를 사 먹는 경제활동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청옥초, “우리가 문구점 주인입니다”
경기도 평택시 청옥초등학교는 지난 5월26일 교내에 ‘푸른빛 나누리 문구점 교육협동조합’을 열었다. 문구점 협동조합으로는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최초다. 협동조합을 창립할 때 이 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멤버로 활약했다. 학교 주변에 문구점이 없어 불편을 겪던 아이들은 ‘학생 자치회의’를 통해 학교에 직접 협동조합 설립을 건의했다. 박승철 교장은 “운영위원회를 거쳐 아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며 “학생들이 문구점 이름 선정과 로고 제작 과정에서 토론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했다”고 했다.
조합은 지난 2월 교육부 인가 뒤 5월 개소식을 했다. 교내 ‘생생쿱 가치업 사회적 경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2인 1조를 이뤄 이른 아침 문구점 운영 시간에 자발적으로 고사리손을 보태고 있다. 6학년 김지유양과 이윤성군은 “협동조합에 더 관심이 생겨 동아리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사회적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며 “‘푸른빛 나누리’에서 판매하는 물품 정리정돈부터 진열, 가격 책정, 청소, 운영 일정 계획까지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영 교사는 “학생들이 조합 창립을 준비하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됐다”고 했다.

금병초, “벼 재배하며 나눔경제 배워요”
지역 특색을 살려 사회적 경제 활동을 실천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 한때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강원도 춘천 금병초등학교는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주변의 논과 밭을 교육현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과 수업과 연동해 학교 주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협동조합을 꾸려 이를 판매하는 활동도 한다. 5학년 실과 ‘생활 속 목제품’ 단원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나무 벤치’를 만들어 보고, 온마을학교 프로그램인 ‘누가 누가 자라나?’를 통해 벼 재배, 수확 등을 직접 몸을 움직여 경험해보는 식. 수확한 곡식은 그해 학교 급식을 통해 ‘한 끼 밥상’으로 차리고, 가래떡을 만들어 마을 경로당에 전달하면서 땀과 자연, 지역 공동체의 소중함을 배우게 했다. 지난해 5월 ‘비단병풍학교협동조합’을 만들며 건강 간식을 판매하는 ‘꿈먹이 매점’도 운영 중이다. 홍순미 교사는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온마을학교’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교육과정에 안착했다”며 “매점의 경우 학생 조합원들이 직접 시장조사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발굴하고 선별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 협동조합은 아이들에게 ‘마을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조합이 지역과 학교의 든든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의 학생 조합원이 마을 행사에 참여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삼각산고 제공


평택 청옥초 학생들이 문구점 협동조합 ‘푸른빛 나누리’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평택 청옥초 제공


강원 금병초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의 학생 조합원들은 ‘꿈먹이 매점’에서 판매할 먹거리에 대한 시장조사, 성분 분석 등을 직접 진행한다. 강원 금병초 제공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01338.html#csidxcea91c736b8cf23bb102a06e50bce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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