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지금 인도를 보라,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6월7일 03시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2-06-08 21:39:39    조회 : 113회    댓글: 0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지금 인도를 보라,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지금 인도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산불, 수자원 확보, 농작물 생산 딜레마는 물론 식량위기로 인한 안보위협이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는 인도를 통해 “학습”해야 한다. AI처럼 인도라는 자료를 학습해서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 인도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뜨거운 폭염을 겪고 있다. 심지어 인도 남부 지방의 한 마을은 50도라는 믿기 힘든 기온이 측정되었다. 인도를 강타한 폭염은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았고 재해를 넘어 재앙이 되었다. 폭염으로 달아오른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고 말라버린 산에서는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로 발생한 연무와 미세먼지는 인도의 하늘을 덮어 14억 인도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도 모든 문제의 시작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후위기다. 아직 우리는 느껴보지 못했지만, 지금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일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린 인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금 왜 인도에 이렇게 뜨거운 폭염이 발생한 것일까. 바로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인류의 다양한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북반구 많은 지역의 기온을 마구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북반구 극지역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높은 2도 이상의 온난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결국 극지역은 지구온난화라고 하는 전 지구 기온의 평균값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구 온난화의 극지 기온 강화(Arctic warming amplification)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극지역의 온난화가 인도의 폭염을 일으킨 주요인 중 하나다. 인도는 극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걸로 아는데 왜 극지역 이야기를 하지? 갑자기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번 인도의 폭염은 극지역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북반구 극지역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 열대지역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는 제트기류라고 하는 강력한 편서풍(서에서 동으로 부는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머리 위 10㎞ 정도 높이에 있는 초속 30m 이상의 강력한 바람이다. 그리고 이 상공의 바람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래쪽 날씨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태풍의 바람이 초속 17m 이상부터 시작하고 보통 초속 30m이면 가로수가 뽑히거나 오래된 집이 무너질 수 있는 정도의 바람이니 얼마나 강력한 바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빠르고 강한 바람은 극지역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의 따뜻한 공기를 사이좋게 갈라주는 칸막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발표된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극지의 온난화가 강해지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고 한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던 칸막이가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 구불구불해지면서 위로 볼록해진 지역은 아래쪽의 더운 공기가 북상하고 아래로 볼록해진 지역은 극지역의 차가운 바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인도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제트기류가 위로 볼록해진 지역에 위치하면서 적도 열대지역의 뜨거운 공기가 인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극지역 온난화가 인도 폭염 주요인 

여기서 잠깐, 왜 제트기류를 제트라고 할까. 제트기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원래 제트라는 용어는 아주 빠른 유체(가스나 물)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류가 제트기류를 처음 발견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이다. 당시 일본에 폭탄을 투하하러 가던 미군의 비행기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제트기류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아까 설명했듯이 제트기류는 서에서 동으로 부는 강력한 바람이기 때문에 미국(동)에서 일본(서)으로 가게 되면 아주 빠른 바람의 방향을 역행하기에 예상보다 비행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에 몇 번 가본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보통 비행기가 다니는 순항고도가 제트기류의 위치와 비슷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에서 LA로 가는 비행기는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아서 LA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보다 비행시간이 짧은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리를 하자면 인도의 폭염이 단순히 지금 인도가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다거나, 무분별한 토지이용 및 개발을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 영향은 끼쳤겠지만, 좀 더 확실한 사실은 인도가 만든 하나의 원인이 아닌 다양한 요인들이 연결되고 이어져서 나타난 지구시스템 차원의 기후변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어느 정도 원인은 분명해졌으니 결과를 알아보자. 지금 계속 보고가 되고 있듯이 인도의 폭염은 온열 질환으로 이어져 인도인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산불 및 화재로 이어져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인도 내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 밖에서 나타난 문제들이다.

경험하지 못한 무더운 여름 곧 올 것 

인도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밀을 생산하는 지구의 곡창지대(breadbasket) 중 하나다. 폭염으로 밀 생산이 줄면서 인도 정부가 내린 밀수출 금지령으로 인해 유럽의 밀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밀수출이 막히면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밀 공급 부족분을 충당할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폭염으로 인한 인도의 밀수출 제한은 단순히 곡물가격 상승을 넘어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식량위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인도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는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한 수출금지라는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인도의 결정은 주변국의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겨울 가뭄으로 세계 4위 밀 생산 국가인 미국의 생산량 또한 예년에 비해 25% 이상 떨어지며 전 지구의 식량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전쟁과 기후변화가 유발한 식량위기를 해결할 가뭄의 단비는 당분간 없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른 폭염 강화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경고한 것처럼 실제 폭염의 빈도는 늘어나고 강도 또한 점점 강해지고 있다. 사실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더위지만 지금 인도에서 나타난 폭염 사례를 보면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라리 틀렸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진짜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20년간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예측이 사실로 밝혀졌다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떨지 고민이 든다.

안타깝게도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라 올해가 폭염이 강해지는 원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년 국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6차 보고서의 미래 전망을 보면 정확히 “폭염은 강해짐”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지금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지구 평균기온 1.5도(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간 양)를 넘기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더위의 여름이 곧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도 폭염의 원인과 결과를 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이제는 전 인류가 함께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가 지금 겪고 있는 폭염이라는 이름의 재앙은 전 지구 모든 국가에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어디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인도와 같은 일이 한국에 일어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 올해 초 동해안 산불, 그리고 며칠 전 밀양 산불보다 훨씬 더 큰 산불이 날 수도 있다. 수자원 확보와 농작물 생산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식량위기로 인한 안보위협 요인이 발생할지 모른다. 많은 문제가 도미노처럼 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인도를 통해 “학습”해야 한다. 요즘 많은 분야에서 각광받는 AI처럼 인도라는 양질의 자료를 학습해서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금 인도를 보라!! 이게 우리의 미래, 우리가 맞이할 기후위기의 현재가 될 수 있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연구팀을 꾸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밝히기 위한 관측 및 모델링 연구를 진행 중이며, Global Carbon Project, 유럽 항공우주국 기후 모니터링, NASA 온실가스 및 생태계 모니터링 등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8년부터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정보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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