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이상기후로 신음하는 인류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15 14:10:51    조회 : 609회    댓글: 0
“이것은 단순히 비정상적으로 더운 여름이 아니다. 기후변화다.”

인도의 하쉬 바르단 자연과학장관은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인도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지난 5∼6월 최고 섭씨 50도에 달하는 불볕더위에 2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부른 폭염이었다. 
 
지난 8일 중국 남서부 윈난성 추슝의 한 농부가 가뭄 탓에 바닥이 드러나 쩍쩍 갈라진 연못 위에 허탈하게 주저앉아 있다. 추슝에서만 5336만㎡가 가뭄이 영향을 받아 메마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폭염으로 대표되는 기상이변은 인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바야흐로 지구촌 전역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른 자연재해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약 5000명이 기상이변으로 사망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심각하다. 인도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 남부 일대에서도 지난달 최고 섭씨 48도의 무더위가 이어져 1332명이 숨졌다. 지난달 말 이 지역이 몬순(우기)에 접어들면서 더위가 한풀 꺾였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16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최근 이라크 중부와 남부에서 최고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날 수도 바그다드의 한낮 최고 기온은 섭씨 51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와 일본 등지에서도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폭염과 폭우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42.2도에 달한 반면 14∼15일 남서부 구이저우(貴州)성에는 폭우가 쏟아져 퉁런(銅仁)시가 물에 잠기고 이재민 약 8만5000명이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의 22개 성(省) 가운데 20곳에서 폭우와 홍수로 108명이 숨지고 21명이 실종됐다. 또 가옥 4만4000채가 무너지는 등 353억위안(약 6조519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기상이변은 가뭄과 산불, 산사태,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야기한다. 비가 내리지 않고 적설량이 줄면서 4년째 가뭄에 시달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단적인 사례다. 2011∼2014년 3년간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강수량은 381㎜로 196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불도 빈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3381건의 산불이 났으며 이는 최근 5년간 평균치보다 1000건 더 많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같은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달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에는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을 부채질한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이상기후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기상이변의 수준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중국 저장성 위야오의 도로가 지난 12일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있다. 지난 11~12일 찬홈이 중국 동부를 강타하면서 저장성을 중심으로 19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약 58억6000만위안(약 1조656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2010년 워싱턴을 휩쓴 스노마겟돈(snowmaggedon·눈과 지구 종말을 가져올 대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과 2012년 10월 미 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2013년 필리핀을 덮친 태풍 하이옌 등의 사례를 연구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스노마겟돈과 샌디, 하이옌의 힘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는 기상이변 외에 대기오염과 전염병, 기근 발생 위험을 높이며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 악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지난 15일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퉁런에서 사람들이 팔을 붙잡으며 서로 의지한 채 폭우로 불어난 홍수를 헤쳐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지구온난화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는 12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채택을 논의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지구 기온 섭씨 2도 상승 억제란 목표가 달성될지는 의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여 방안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이 엇갈리는 탓이다.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서방국가들에 비해 적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난색을 표하는 게 대표적이다.

NCAR는 “인간이 기상이변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막는 것은 돈이나 기술이 아닌 정치적 의지”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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