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민감해야 할 이유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15 14:37:52    조회 : 394회    댓글: 0

'주전자 속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령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사진=박종민 기자)
우리 모두 '주전자 속 개구리(frog of kettle)'가 된 걸까?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 기온 갱신, 가축 집단 폐사, 온열환자 증가, 폭염 사망자 7명, 연일 폭염 관련 뉴스를 대하다 떠오른 생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현상으로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정작 우리는 덥다는 소리만 버릇처럼 반복할 뿐, '주전자 속 개구리' 같이 기후 변화에는 무감각한 것 같다.

개구리는 뜨거운 물속에 집어넣으면 놀라 뛰쳐나가지만, 주전자의 미지근한 물속에 집어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따뜻한 온기를 즐기다 숨을 거둔다. 우리 인간도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뜨거워지는 지구에 살면서 뜨거워지는 것에 무감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멸망하는 것 아닐까.

불편한 기분으로 이상고온에 대한 과거 보도 자료와 통계를 찾아보았다. 결과는 지구가 이미 놀랄 만큼 뜨거워져 있고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라는 '주전자 속 물'은 미지근한 물이 아니라 이미 뜨거운 물이었다. 다음은 1980년대 이후 폭염으로 인한 사망 관련 보도 자료에서 찾아 낸 내용이다.

▲1987년 여름 그리스. 낮 최고기온 46도 기록. 폭염으로 시민 1천여 명 사망. ▲1995년 여름 미국 시카고. 폭염으로 일주일 동안 700여명 사망. ▲2003년 여름 프랑스. 낮 기온 44.1도까지 치솟으며 시민 1만 5,000천 명 사망. 주변국 포함 3만 2,000명 사망. ▲2006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낮 최고기온 48도까지 오르며 시민 225명 사망. ▲2009년 여름 오스트레일리아. 최악의 폭염으로 374명 사망. ▲2010년 여름 러시아. 최악의 폭염으로 시민 5만 6,000명 사망. ▲2010년 여름 일본. 폭염으로 170명 사망. 온열환자 5만 500명 발생. ▲2015년 인도. 5월 폭염으로 최고기온 47도 기록. 시민 2,200여 명 사망.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가장 뜨거웠던 1994년 여름. 폭염경보와 열대야가 29.4일간 지속되는 동안 사망자는 전년보다 3,384명이나 늘었다. 모두 폭염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폭염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면 우리 모두가 벌써 '주전자 속 개구리' 신세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열실신, 열탈진, 열부종, 열경련 등 온열 질환자가 352명 신고 됐다. 그 중 사망자가 7명이다. 환경부가 지난 2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년 뒤 서울 도심의 폭염 사망자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1994년 여름 3,300여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던 폭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20년 뒤 기후변화 예측이 끔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염 뉴스를 전하는 티브이 앵커는 피서지 해운대에 몰려든 인파 숫자를 전달하듯 치솟는 수은주와 폭염을 보도한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 섞인 멘트는 없다. 뉴스를 대하는 시민들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소식을 들으며 올 여름 무더위가 지독하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이다. 기후 변화가 인류 혹은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위협적일지, 두려워하기는커녕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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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은 기후와 기후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연 현상을 보고 기후를 예견하고 대비했다. 하늘 빛깔, 구름 모양, 동물들의 상태 등을 통해 비가 올지, 강풍이 불지, 날씨가 화창할지를, 여름철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흔들리는 것을 보고 태풍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개미가 떼를 지어 이동하면 큰비가 올 징조라고 했다. 하다못해 밥풀이 식기에 잘 붙으면 맑고, 깨끗이 떨어지면 비가 온다는 것도 알았다. 오랜 세월 체득한 지혜로 기후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변화에 대비해 재해를 줄였다.

여름 한철이 지나면 물러갈 폭염이라며 태연자약하지 말고 이상 고온이 왜 일어나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마침 서울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옛 어른들의 기후를 읽었던 지혜가 부럽고, 본받고 싶은 날이다.
CBS노컷뉴스 조중의 선임기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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